통계청, 6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라면·빵 가공식품 물가 안정은 ‘글쎄’
달콤살벌한 ‘슈거플레이션’ 불안 여전
연말까지 설탕·원당 관세 한시적 인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진입한 것과 달리 설탕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세계 설탕가격이 작황부진에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진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세(0.0%)를 보였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
설탕은 전년 동월 대비 13.2% 올랐다. 가공식품 등에 사용되는 설탕값이 오르면 국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식료품 줄인상’을 피할 수 없다.
식료품값이 오르면 소비자 주머니 사정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인플레이션 완화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설탕이 마지막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가 여전히 높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7.5%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주요 품목에 대한 세심한 관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표 먹거리 물가 품목인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률은 각각 7.5%와 6.3%로 올랐다. 또 전체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29개가 10% 이상 상승률을 보이며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 가운데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품목은 초콜릿(18.5%), 기타육류가공폼(15.7%), 라면(13.4%), 사탕(12.6%), 빵(11.5%), 소시지(10.6%) 등이 대표적이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 5월 설탕 가격 지수는 전월(149.4)보다 5.5% 상승한 157.6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가격지수(116.8)와 비교하면 4개월간 34.9%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설탕은 주재료보단 부재료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설탕값 인상을 이유로 외식·가공식품 업계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가 공감하기 어렵다”며 “가공식품 물가를 올리면 원자잿값이 떨어져도 쉽게 인하하지 못하고 동종업계 인상을 부추기도 해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 정부는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읍소하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정부는 지난 5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업계와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제당업계가 소비자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설탕 가격 안정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식품·가공업계의 원재료 부담 해소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설탕 등 36개 주요 식품 원재료에 대해 올 연말까지 할당 관세를 적용한다. 할당관세는 정부가 지정한 수량까지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낮춰 주는 제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연초부터 가격인상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매번 변하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 엘니뇨로 ‘달달’ 아니라 ‘덜덜’…요동치는 국제 설탕 생산량 [슈가플레이션 공포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