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방어권, 정당하게 행사"
정세 악화 원인으로
韓美 확장억제 강화 등 언급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관련 논의를 벌였다.
국제사회 평화·안정에 위협이 되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반기를 든 중국·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역할을 방기해 성과 없이 종료됐다.
안보리는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어 북한의 화성-18형 도발을 의제에 올렸다.
미국·영국·일본 등의 요청으로 소집된 이번 회의에는 남북 대사도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각각 참석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안보리 발언을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화성-18형 발사에 대해 "주권 국가의 자위권 행사"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김 대사는 "우리의 신형 ICBM 시험 비행은 이웃 국가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며 "자기방어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주요 매체들도 ICBM 발사가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며 정당한 군사행동이라는 점을 부각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국제법인 안보리 결의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가 금지된 만큼, 궤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 대사에 이어 발언자로 나선 황준국 한국대사는 '이번 ICBM 발사가 이웃 국가에 안보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북한 측 주장을 반박하며 "안보리 권위를 전면 배격하는 한 회원국이 터무니없는 선전선동을 퍼뜨릴 기회를 얻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사는 한미의 각종 확장억제 강화 조치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과 핵잠수함 및 전략폭격기 전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등을 언급하며 "핵자산을 포함한 이런 행위들은 지역 정세를 핵전쟁의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의 '반응'을 정세 악화 '원인'으로 돌리는 억지 주장을 거듭한 셈이다.
황 대사는 "단합된 목소리로 규탄하는 것과 국제 제재만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며 "국제 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보다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中·러의 상임이사국 역할 방임 지적돼
이번 회의에선 북한 도발 관련 국제사회 대응을 어렵게 하는 중국·러시아에 대한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불법 도발에 대해) 이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았다"며 북한의 대담성이 강화됐다고 꼬집었다. 만장일치로 추진되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중·러가 방해했다는 지적이다.
황 대사는 "북한의 반복적인 무모한 행동에 안보리가 계속 침묵하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中·러, 北 두둔하며 美 비판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두둔하며 미국 등에 책임을 돌렸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면서도 "우리는 특정 국가가 한반도에서 군사 활동을 수행하며 반복된 전략무기 전개와 군사적 압박 고조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 위협을 명분 삼아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관여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관련 조치가 결국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고 보고 우려를 표한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안나 이브스티그니바 러시아 부대사는 한미일이 확장억제 일환으로 역내 훈련과 군사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재 일어나는 일(북한 도발)의 맥락이지만, 몇몇 이사국은 이 사실을 간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이 동북아시아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 불안정한 영향을 준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