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특위, 27일 '김남국 제명안' 논의 방침
본회의 넘어오면 민주당 '찬성표 82표' 필요
野 "형평성 고려" "선례 고민" 등 거부 여론↑
일각선 "국민 기준 봐야" 찬성의견 나오기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제명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코인 논란은 인정하지만 타 의원과의 형평성과 선례 등의 문제가 있어 의원직 상실까진 과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국민 눈높이'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내에 여전한 만큼 김 의원의 제명 여부를 두고 갈등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부터 국회의원 제명 징계 권고를 받은 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징계안과 관련해 "김 의원 징계안 처리를 민주당의 양심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로 삼을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와 여론에 맞춰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는 민주당의 달콤한 다짐은 김남국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는 민주당 태도에서 증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일 자문위는 거액의 가상자산(코인)을 투자·보유해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던 김 의원에 대해 "소명이 불성실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최고 징계 수위인 의원직 제명을 권고한 바 있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오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특위 내 소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특위에서 최종 징계안이 마련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문제는 본회의 통과 여부다. 김 의원이 실제 제명 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21대 국회의원은 모두 299석인데, 이중 민주당은 168석을 점유하고 있다. 김 의원 제명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112석)과 정의당(6석) 그리고 타 정당 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각 1명)과 일부 무소속 의원의 표를 합산하면 민주당 내부에서만 최소 82표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김 대변인이 이번 표결을 바로미터로 삼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민주당의 제명안 동의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이 김 의원의 제명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을 경우 실제 제명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 이성만·윤관석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당론을 정하지 않고 각 의원 개인의 양심에 표결을 맡긴 바 있다. 그 결과 네 의원에 대한 체포안은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선 김 의원의 제명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까지도 김 의원의 제명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윤리특위의 남은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며 "의원들이 윤리특위 논의와 결과를 지켜보고 당이 어떤 입장을 낼지는 시간적, 절차적 과정이 남아있다"고 말하면서 김 의원 제명안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기도 했다.
심지어 당내에선 "제명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뚜렷한 입장도 나왔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CBS라디오에 나와 "실제 의원직 상실에 준하는 판단에 대해서 과연 앞으로 이 선례를 만들 것이냐, 이거는 역사적 선례이기 때문에 이런 고민은 좀 있을 것 같다"며 "제명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가상자산 자진 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 이행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결의안에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필요한 자료와 활동에 협력한다'고 명시한 만큼, 조사 절차가 개시된 상태에서 김 의원 징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조사 결과 김 의원 외에 10명의 가상자산 보유자가 확인된 만큼 타 의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민주당의 김남국 지키기 논리로 떠오를 수 있단 분석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MBC라디오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진 신고한 11명의 의원들을 가리켜 "그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같이 고려해봐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된다"며 "가상자산 보유, 그 다음에 가상자산으로 인한 이득, 이런 것들이 앞으로 우리 국회의원의 윤리와 관련해서 어떤 방향성을 먼저 잡아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코인을 보유했다는 의원들이 더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같이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내에선 분명히 선례를 남기는 데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될지는 진짜 결과를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당내에선 국민 정서를 고려했을 때 제명안에 동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배 의원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도 스스로 자괴감이 들고 부끄러웠다"며 "우리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총 결의도 있었던 만큼 앞으로 두고 보시면 (김 의원의 제명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서 정말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언급했다.
차지호 민주당 혁신위원도 "혁신위는 최소한의 법적 판단보다 국민 눈높이가 훨씬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징계 수위에 대해 법적 판단이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가진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정말로 우리 당이 전국정당으로 가려면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며 "지금껏 많은 것들이 밝혀졌고, 그로 인해 당이 입은 피해를 생각한다면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