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흉기난동 CCTV 영상 온라인 무분별 확산…법조계 "온라인 공유시 명예훼손죄 성립 여지"
"영상에 코멘트 덧붙이는 경우 많아 위법 소지…혼자 보면 처벌되지 않지만 댓글 통해 조롱, 처벌↑"
"허위사실 퍼뜨리면 7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사자명예훼손 성립될 수도"
"공익 목적이어도 피해자 및 유족에 2차 가해…행정부 혹은 입법 차원서 확산 방지조치 마련해야"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영상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피해자들과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카카오톡, SNS 등을 통해 영상을 공유하거나 유포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익의 목적이라고 해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전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이 현재 무분별하게 유포·게시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1일 발생한 살인 사건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메신저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한동안 일부 사이트에는 모자이크도 되지 않은 현장 사진과 영상이 무분별하게 올라왔고 구글 등 검색 엔진에는 '신림 칼부림 영상', '신림 CCTV', '신림 칼부림 원본' 등 관련 검색어가 다수 노출됐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해당 영상을 카카오톡, SNS 등을 통해 공유 및 유포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에 대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 사자명예훼손죄 등이 성립될 여지가 있다"며 "보통 영상과 함께 코멘트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아 위법 소지가 커진다. 받은 영상을 혼자서 보는 행위는 처벌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으나 만약 댓글 등을 통해 피해자 혹은 가해자에 대한 조롱이나 명예훼손이 더해진다면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당 영상을 제 3자에게 지속적,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상 불안감조성 및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소지도 있다"며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1항 제3호에 의하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할 경우 문제가 되며 해당 영상을 제3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만으로도 명예훼손, 모욕, 사자명예훼손죄 성립을 위한 공연성이 인정되므로 유포 자체만으로도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정보통신망법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으며 사실적시명예훼손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영상 유통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여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형법 제308조에 따라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되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영상을 어떤 목적과 의도로 게시, 공유, 유포했느냐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따져봐야 할 여지가 있다"며 "단순히 영상을 공유하는 행위 만으로는 죄를 묻기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범죄 사실을 알려 또 다른 피해를 방지하는 공익의 목적일 수도 있어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익의 목적이라고 해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인 온라인 문화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행정부 혹은 입법 차원에서도 무분별한 영상 확산을 방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확실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