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자동차 날고, 조선 뛰고, 반도체는 바닥 확인


입력 2023.07.28 12:39 수정 2023.07.28 12:3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주요 업종‧기업별 2분기 실적 희비 '극명'

기아 오토랜드 광주 조립공장 최종 품질검수라인. ⓒ기아

지난해부터 시작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실적 잔치’가 올 2분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잔치판은 더 화려해졌다. 반면 반도체는 여전히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슴께까지 잠겼다가 바닥을 확인하고 빠져나올 기미가 보인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조선은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정유‧화학은 신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기도 전에 장치 분야가 극심한 불황에 빠져 울상이다.


28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업체의 손익 상황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기아는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현대차는 2분기 42조2497억원의 매출과 4조23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4%, 42.2%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기아는 20.0% 증가한 26조2442억원의 매출과 52.3% 증가한 3조40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완성차 업체로서는 쉽지 않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기아는 13.0%, 현대차는 10.0%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최대 매출, 최대 영업이익 경신 행진을 올 2분기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실 지난해 3분기 품질 이슈에 따른 거액의 일회성 비용 지출 요인을 제외한다면 1년 반 가량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급 측면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 소비가 자동차 시장을 ‘공급자 우위’ 구조로 만들었다. 올 들어 시장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현대차‧기아는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 제고를 통한 ‘제값 받기’ 정책을 통해 계속해서 높은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기아의 2분기 ASP(대당판매가격)는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고, 같은 기간 현대차의 ASP도 5.9% 상승했다.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밝다. 현대차‧기아는 하반기에도 호실적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자신하며 연간 실적 예상치(가이던스)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연결 부문 매출액 성장률을 기존 10.5~11.5%에서 14~15%, 영업이익률은 6.5~7.5%에서 8~9%로 조정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 9조8198억원이었다. 여기에 가이던스 최대치를 반영하면, 매출은 163조9066억원, 영업이익은 14조751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도 연간 매출액 예상치를 기존 97조6000억원에서 ‘100조원 이상’으로, 영업이익 예상치는 9조3000억원에서 11조5000억~12조원, 영업이익률 예상치는 9.5%에서 11.5~12.0%로 업데이트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업계 분위기는 자동차와 상반된다. 코로나19 시절 IT 기기와 데이터센터향 특수를 누렸지만 팬데믹 종식과 함께 곧바로 공급과잉 시장이 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60조55억원, 영업이익 66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2.3%, 영업이익은 95.3%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1%로 사실상 흑자 턱걸이 수준이다.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반도체 부문에서 낸 4조36000억원의 적자다.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부문의 선전에도 불구 반도체 적자폭이 워낙 커 전체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문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2분기 2조88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반도체 수요 위축, 계절적 비수기, 고객사 재고 조정 등이 맞물리며 판매 감소와 가격 약세가 이어진 탓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DDR4 등 범용 제품 위주로 공급을 조절하며 수급 개선에 나섰지만 실적 방어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1분기보다는 2분기 실적이 다소 개선되며 바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 규모가 1분기 4조5800억원에 비해 2200억원가량 줄었다. SK하이닉스도 직전분기(3조4023억원)에 비해 2분기 손실이 5000억원 이상 줄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메모리 감산 효과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어 이제 바닥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회사 모두 HBM·DDR5 등 고부가 D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고,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도 상반기 중 정점을 찍었다. 반도체 불황 터널을 통과하는 막바지 시점인 만큼 하반기에는 뚜렷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HD현대

조선업계는 지난 2년간 채워놓은 수주 물량이 현금화되면서 흑자 기조로 접어들었다. HD현대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5조 6213억원, 영업이익 472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0.8%, 61.8% 감소한 규모지만, 주력 사업인 조선부문 실적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조선부문의 부진을 정유부문(HD현대오일뱅크)가 메꿔주는 형국이었지만, 2분기엔 정유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조선부문의 선전이 뚜렷하다.


조선무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한 5조45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12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도 큰 폭은 아니지만 영업이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1조9457억원의 매출과 5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2019년 4분기(2조 1572억원)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분기에 이어 연속 흑자를 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흑자전환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가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영업손실 168억원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에 거의 다다른 모습이다.


조선사들은 지난 2년간 수주 호황으로 수주잔량이 넉넉한데다, 불황기 저가 수주전에서 벗어나며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다만 수주 물량이 2년에 걸쳐 현금화되는 업종 특성상 실적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선가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효과가 실적에 반영돼, 조선 3사 모두 영업이익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울산CLX전경.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업계는 본격적인 불황에 접어든 모습이다. 전통적인 장치산업(석유정제설비, NCC) 분야의 부진이 심각한 가운데, 신사업에서의 성공 여부가 전체 실적을 좌우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10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전년 대비 5.9% 감소한 18조7272억원에 그쳤다.


정유사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경기둔화 우려로 크게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석유사업에서만 4112억원의 적자를 냈다.


믿었던 배터리사업도 힘을 쓰지 못했다. 자회사 SK온은 출범한 2021년 4분기 이래 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으나, 흑자전환은 실패했다.


당초 SK온은 2분기부터 미국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효과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흑자전환할 것이란 시장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1670억원의 AMPC 효과 반영에도 1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나마 전분기 대비 적자가 2100억원 가량 감소했다는 게 위안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적자는 면했지만 361억원의 초라한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날 오후 실적발표가 예정된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894억원이다.


하반기부터는 미국 통화긴축 완화, 이동성수기 등으로 정제마진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유사들이 조단위 영업이익을 냈던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같은 호황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여수CNT1,2,3공장 전경 ⓒLG화학

석유화학 기업들도 업황 악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LG화학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 5415억원, 영업이익 6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9% 감소했다.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선방했지만 본업인 석유화학부문이 부진했다. 석유화학부문은 시황 부진과 생산설비 유지보수 작업 여파로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종 내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기대만큼은 못 미쳤다. 2분기 영업이익은 4606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하면 135.5% 늘었지만 전분기에 비하면 27.3% 줄었다.


이달 초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61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했지만 GM의 ‘볼트 EV’ 리콜 관련 재료비 상승 이슈로 1510억원의 충당금이 반영되며 실제 이익은 더 축소됐다.


한화솔루션 역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3조393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8.7% 감소한 1941억원에 그쳤다.


석유화학 부문은 전방산업 수요부진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으로 492억원의 초라한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9.1% 감소한 금액이다.


그나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수익 방어 역할을 해줬지만 이 부문 실적 역시 한계가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은 1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0% 증가했지만 태양광 모듈 판매가격 하락은 빠르게 반영되고, 웨이퍼 구매가격 인하는 늦게 반영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시황이 살아나는 시점을 4분기 이후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사업은 계속해서 성장하며 수익성을 확보해나가는 분야인 만큼 석유화학 업계의 신‧구 사업 모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