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9월까지 민간아파트 293곳 전수조사
지자체·입주민, 자체 안전검검 및 시공여부 확인
“아무리 좋은 공법도 제대로 안 하면 신뢰 잃어”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아파트에 이어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무량판 구조 관련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민간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부실시공 논란과 붕괴사고로 무량판 구조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민간아파트 가운데 무량판 구조를 쓴 단지는 293곳이다. 이 중 188곳은 입주를 완료했다.
이번에 철근 누락으로 논란이 된 LH 아파트들은 상부에 주거동이 없는 지하주차장에만 해당 공법을 적용했지만, 민간아파트 중에선 주차장뿐만 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택한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지난 2일 긴급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오는 9월 말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부실시공 여부를 가려내고, 보강공사와 책임자를 처벌하기로 했다.
이미 하자가 확인된 LH 아파트 15곳은 보강공사를 신속히 완료하고 부실시공 아파트 입주자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할 예정이다. 입주예정자는 재당첨 제한이 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각 지자체에서도 자체 안전점검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경기도는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도내 민간 공동주택 88곳, GH가 시행사로 참여한 공공아파트 7곳 등 95개 단지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다.
부산시도 오는 7일부터 시내 무량판 구조 건축물 48곳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행한다. 대구시는 무량판 구조로 공사 중인 민간아파트 현장 14곳에 대해 오는 17일까지 구조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무량판 시공 여부를 확인하는 사례도 있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선 지하주차장 천장을 확인하거나 아파트 평면도에서 무량판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까지 퍼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무량판 포비아’란 말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기본 원칙을 준수해 제대로 짓기만 하면 무량판 구조도 안전하고 우수한 공법이란 견해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업계에선 앞으로 해당 공법을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철근 누락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LH는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 채택을 지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 본부를 설치하고,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무량판 구조 자체가 위험성을 안고 있는 공법은 전혀 아니다. 기본 원칙만 지키면 무량판은 간편하고 슬래브만 있어서 천장을 매끈하게 표현할 수 있다. 층고가 높아 배관을 놓기도 수월한 공법”며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공법이어도 그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부실시공 논란이나 붕괴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신뢰를 잃게 된다. 해당 공법을 지양하는 현장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