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교사 학대 의심해 아들 가방 속 몰래 녹음기, 증거 제출…위법 녹취록, 재판에 쓰일 수 없어
법조계 "위법 녹음파일 증거 채택되면 법 취지 무색…특히 교육현장 교권·인격권 심각하게 침해"
"자녀 학대정황 의심되면…CCTV 확인 및 주변 교사 혹은 관계자 진술 확보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통비법 위반했어도 아동학대 정황 밝혀내기 위한 공익 목적이면…위법성 없다고 판단할 수도"
웹툰 작가 주호민이 발달장애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특수교사를 고소하면서 아들과 교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제출한 것의 위법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주호민의 행위는 위법에 해당한다"며 "설사 아동학대 사건으로 교사가 형사 기소된다고 해도 위법된 과정으로 수집된 녹취록은 증거 능력이 없어 재판에 쓰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동학대 정황을 밝혀내기 위한 공익 목적이라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호민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아들을 담당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주호민은 등교하는 아들의 가방에 몰래 넣었던 녹음기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해당 녹음기에는 A씨와 주호민의 아들 간의 대화가 담겼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대화 내용을 무단 녹음해 신고한 사안이다. 만약 녹취 내용이 증거자료로 채택된다면 학교 현장은 무단 녹음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주호민의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제3조 1항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및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씨의 행위는 해당 법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통비법을 위반한 녹음자료를 증거로 인정하는 사례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 법 취지가 무색해질 염려가 있다"며 "특히 주씨 사건처럼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교권,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법원이 아동학대 사건이라고 무분별하게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앤랩)는 "법률상 특정한 목적이 있다고 해도 몰래 한 녹음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만약 아동학대 사건으로 형사 기소된다고 해도 위법된 과정으로 수집된 녹취록은 증거 능력이 없어 재판에 쓰일 수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신 변호사는 "자녀에 대한 교사의 학대 정황이 의심된다면 CCTV 열람을 정식으로 신청하거나 주변 교사 혹은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율다함)는 "만약 대화 없이 교사가 아동을 학대한 정황만 담긴 녹음 파일이라면 해당 법에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또한 통비법을 위반했어도 아동학대 정황을 밝혀내기 위한 공익성의 목적으로 이뤄진 행위라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를 제3자로 볼 수 있느냐는 데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아동의 나이가 어리거나 자폐라는 특수한 증상을 앓고 있다면 부모가 아이의 의사가 대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실제로 과거 대법원 판례를 보면 아동과 부모의 의사가 동일하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