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간편식 생산 약 4.5조원…밀키트는 228%↑
고물가, 무더위에 집밥은 물론 외식 수요도 흡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간편식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폭우에 이은 폭염 그리고 태풍까지 겹치면서 식탁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정간편식 생산실적은 4조4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 증가했다. 이중 밀키트는 228.3% 증가한 20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집밥으로 대표되는 국탕류 간편식의 경우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1% 늘었고, hy는 92.3% 급증했다.
롯데마트는 올 들어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 '요리하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냉면, 삼계탕 등 여름철 대표 메뉴는 각각 30%, 60% 가량 큰 폭으로 늘었다.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간편식이 집밥은 물론 외식수요까지 흡수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 들어 기상악화 영향으로 채소와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장을 봐서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보다 간편식을 사서 먹는게 싸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잎채소인 상추와 시금치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 배추는 최근 일주일 새 도매가격이 70% 넘게 상승했다.
된장찌개의 경우 양념과 채소, 두부 등이 포함돼 있는 밀키트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5000~6000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반면 직접 장을 봐서 된장찌개를 만들 경우 대형마트 기준 두부 1모, 애호박 1개, 양파 1개만 구입해도 6000원이 넘는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는 “한 끼 먹을 것 장보는데 3만원도 우습다. 장을 보고 집에 가서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는 것보다 간편식을 사 먹는게 편하기도 하고 비용도 오히려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식탁물가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한 달 사이 주요 농산물 산지에 폭우와 폭염이 겹치면서 생산성이 떨어진 가운데 오는 10일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예정이다.
남부지방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탓에 배추를 비롯해 각종 채소, 과일 농가에 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여기에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인해 물가상승이 가파를 가능성이 높고 추석 이후 10월부터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유가공품을 비롯해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식품과 커피가격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는 국산 농수산식품 물가가 비쌀 경우 수입산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육류를 비롯해 수입산 식품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과거에 비해 대체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역대급 무더위에 불 사용을 최소화한 간편식 제품들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평소 번거롭고 까다로운 조리과정을 요하는 음식들도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맛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편의성까지 고려한 간편식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