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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부실채권 3조 돌파…부동산PF '그림자'


입력 2023.08.09 06:00 수정 2023.08.09 06:0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1년 만에 1조 넘게 급증

규제 사각지대 '후폭풍'

리스크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캐피탈사의 부실채권이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며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의 부실이 확대되자,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던 캐피탈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탓에 앞으로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할부·리스사 등 51개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조4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1조1226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말로,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지표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캐피탈사의 부실채권은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줄곧 2조원대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늘면서 올해 끝내 3조원을 돌파했다. 캐피탈업계의 고정이하여신은 ▲2018년 말 2조4979억원 ▲2019년 말 2조9114억원 ▲2020년 말 2조5835억원 ▲2021년 말 2조2661억원을 기록하다, 지난해 2조8038억원까지 뛰었다. 5년 새 12.3%(3058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자산 규모 상위 5대 캐피탈사 모두 올해 들어 고정이하여신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증감률로 보면 신한캐피탈이 388.2%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캐피탈은 145.8% ▲KB캐피탈 130.0% ▲우리금융캐피탈 46.5% ▲롯데캐피탈 20.6% 순이었다. 같은 기간 현대캐피탈의 경우 6.4% 늘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 이상인 회사도 지난해 22곳에서 올해 37곳이 됐다.


금융권은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캐파탈사들이 건전성 악화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캐피털사들은 부동산 시장 활황과 저금리 기조에 탑승해 할부·리스 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PF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자산을 빠르게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지난해 9월 말 27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8.1%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보험사·저축은행 등 다른 업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 증가율 6.2~14.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익스포저는 보수적으로 집계했을 때 손실이 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캐피탈의 부동산PF 대출·보증은 부동산 개발 단계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브릿지론'에 집중돼 있어 우려를 키운다. 금리가 오르면 PF의 수익성이 떨어져 브릿지론에서 본PF로의 전환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올해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돼 있어 향후 부실채권 규모와 연체율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부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에 대한 총력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말 재가동한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부실 사업장을 가려내고 있는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부동산 PF 부실 위기의 재발 우려에 대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일부 시공사나 건설사가 어려움에 직면하겠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부동산PF의 규제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강화 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PF 대출은 자금 규모가 크고 복잡한 데다가 사업장 공정률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집행되는 구조 때문에 거액의 횡령 사고는 물론 잠재 리스크도 상당하다는 이유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부동산 금융 및 소비자 금융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추가적인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며 “A급 이하의 경우 상위사에 비해 부동산금융 집중도가 높은 만큼 수익성의 변동성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캐피탈사들이) 다른 업권보다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저하되고 있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재점검 및 부동산PF 대주단 협의체 영향 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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