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에서 불법 월경 급증…"용병 섞여 있을 수도"
전략요충지 수바우키회랑서 벨라루스 군사훈련 시작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부전선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나토 동부전선 인근에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과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폴란드가 벨라루스 국경에 병력을 증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8일(현지시간) 국경수비대의 요청에 따라 벨라루스와 국경에 병력을 증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경수비대는 앞서 7일 벨라루스 국경에서 불법 월경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1000명의 병력을 증파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에 주둔 중인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폴란드 접경지로 이동했으며 불법 이주민으로 위장해 폴란드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의 불법 월경 시도는 지난해 전체(1만 6000건)보다 크게 늘어난 1만 9000건에 이른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로 위장해 불법 이민자들의 폴란드 입국을 돕거나 아니면 불법 이민자인 척 폴란드에 침투하려 시도할 것"이라며 "상황은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주도로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당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이들은 사면과 벨라루스 망명을 보장받고 모스크바 진격을 중단했다. 폴란드 국방부는 벨라루스에 주둔하는 바그너그룹 용병의 수가 최대 1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바그너그룹과 벨라루스는 합동 군사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7일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잇는 수바우키 회랑 인근 흐로드나에서 합동 훈련을 시작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드론(무인기) 활용은 물론 전차 및 기계화 소총 부대와 다른 부대의 연계 활동 등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이 폴란드로 진격하길 원하고 있다고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바그너가 서쪽(폴란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군사 지원에 대응해 반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폴란드는 벨라루스와 접한 동부 국경에 병력과 군용차량을 추가로 배치하며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나토 동맹국이면서 EU 회원국으로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도 바그너그룹 용병은 두려운 존재다. 군티스 푸자츠 라트비아 국경수비대장은 이날 "벨라루스의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이미 라트비아와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했을 수 있다"며 올들어 벨라루스 국경수비대가 라트비아에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들을 도와 국경을 훼손한 사례가 46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나토 및 유럽연합(EU) 국가 국경에서 바그너와 관련한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면 의심할 여지없이 함께 대응할 것"이라며 벨라루스의 완전한 고립을 의미하는 조치, 즉 국경 폐쇄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