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과의 군비경쟁 예고
경제적 부담 높아질 수도
북한이 한국·미국의 대화 제안을 거듭 외면한 채, 핵미사일 공격 의지를 노골화하며 '마이웨이'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 정세에 편승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파키스탄의 길'을 북한이 뒤따르려 한다는 평가지만, 결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연구원을 통해 펴낸 '북한 핵전략 변화의 쟁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전술핵 투발수단 개발, 핵무기 관련 조직 확대, 공세적 핵태세 채택 등 일련의 행위들은 '전범위 억제'를 추구하는 파키스탄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고 밝혔다.
전범위 억제란 파키스탄이 인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한 원칙으로, 재래식 수준과 전략적 수준을 구별하지 않고 사실상 '모든 상황'에서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뜻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9월 법제화한 '핵독트린'에서 "치명적 군사공격을 받았거나 재래식 전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핵공격뿐만 아니라 재래식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핵무기를 선제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전술·전략적 차원의 위협에 모두 핵무기로 대응하는 정책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북한과 파키스탄 사이에 유사성이 존재한다"면서도 "북한이 처한 복잡한 안보환경과 국내정치적 특성, 적성국들과의 경제적 격차는 북한만의 독특한 핵전략 수립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선 북한은 미국과 한국 나아가 일본까지 안보위협으로 간주하며 파키스탄보다 복잡한 안보환경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파키스탄이 인도의 재래식 공격 억제용으로 나스르 전술핵 하나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는 '차이점'도 확인된다.
아울러 지휘·통제 체계와 관련해서도 파키스탄은 핵무기의 독점적 권한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 보위'라는 국내 정치적 요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 핵독트린에 따르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은 국무위원장(김정은)이 쥐고 있다.
북한이 파키스탄과 비슷하지만 다른 '마이웨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관련 노선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내구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능력 증강이 한미일의 맞대응을 유발해 군비경쟁 및 안보딜레마가 심화될 수 있다며 "이는 다시 북한에 경제적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체제 내구성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北 핵·미사일 위협 반영한
韓美훈련 체계 서둘러 수립해야
외교적 관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북한의 공세적 대외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상당 기간 군비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로선 보다 세심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반영한 연합연습 수행체계를 수립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훈련에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 군은 3축 체계 능력 강화, 전략사령부 창설, 정보감시 정착 능력 강화 등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억제와 대응 능력 증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를 감소시키기 위해 외교적 방안 마련에도 고심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피력한다면 외교적 관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