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일 MBC노동조합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기고
2017년 방송장악을 한 민노총 소속 MBC 기자들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이 터진 뒤 연속 비판보도를 쏟아내 '웬일인가?'하는 의문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
MBC 드루킹 보도는 2018년 4월 18일 오현석 기자의 『드루킹 주도한 오프라인 모임 '경인선' 의혹 부상』 리포트로 정점을 찍는다.
이날에는 김민욱 기자의 『"민주당도 드루킹 존재 알았다” 추가의혹 제기』 리포트와 박윤수 기자의 『드루킹 '옥중 서신' 입수 "구속은 정치적 보복"』 이라는 기사 등 4개의 리포트로 드루킹 사건을 다뤄 큰 반향을 낳았다.
김민욱 기자의 리포트 내용은 대선 직후 민주당과 국민의 당 사이에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 취하요청이 있었는데 민주당이 고소 취하를 요청한 명단에 '드루킹 김동원'의 이름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김경수 단독범행이 아니라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드루킹을 도와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은 특검 수사에서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 가자" 리포트를 한 오모 기자는 다음날부터 국회 일반기사 담당으로 업무가 전환되었고, 드루킹 취재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후 드루킹 보도는 한 달여 동안 지속되지만 결국 친문성향의 박성제 취재센터장으로 보도국장이 교체되었다. 이후 드루킹에 대한 MBC 보도는 긴 휴지기를 갖고 간간이 나오는 수사속보와 허익범 특검 선임과 관련된 보도만 이어졌다.
허익범 특검은 주로 오사카 총영사 등 관직 뒷거래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하였으나 이 사건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대선 상황에서의 댓글조작이었다. 선거 국면 어떤 이슈에서 드루킹 일당이 어떻게 여론을 조작을 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였고 국민에게 공개된 내용도 적다.
오히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측이 확보한 드루킹 USB에서 여론조작자료들이 무더기로 나왔으며 당시 문화일보는 드루킹 일당이 반기문 후보와 관련해 "퇴주잔·턱받이" 댓글을 조작했다면서 '드루킹의 대선판 흔들기' 정황이 있다는 내용의 단독보도를 냈다. 다음과 같은 보도였다.
『예를 들면 ▲아이디 'sung****'는 『반기문, 연이은 구설에 곤혹…이번엔 퇴주잔 논란』이란 제하의 기사에 "아니. 뭐. 마시고 싶었나 보지. 뭐가 어떻든 간에 반기문과 그놈의 보수 정당은 절대로 찍지 않을 거야. 새누리당이 10년 동안 해서 국민이 뭘 얻었어?"라는 댓글을 달았고, ▲아이디 'rose****'는 『반기문 측, 턱받이 퇴주잔 논란에 "악의적 공격" 해명』이란 기사에 "국민들 목소리 들으려거든 여기 댓글들 보시면 됩니다^-^/ 이게 국민들 뜻이랍니다∼∼♡"라는 댓글을 달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기한 아이디 모두, 드루킹 일당이 사용해온 아이디로 추정되고 있다...(이하 생략).』 <문화일보, [단독]반기문 대권도전 귀국하자 드루킹 '조롱 댓글' 집중타격, 2018.5.9.자>
경찰에 따르면 드루킹 측이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9만여 건의 기사에 대해 댓글조작을 벌였다고 의심되고, 이 중 대선 전 기사는 1만9000여 건에 이른다. (조선일보 2018.5.10.자, 『드루킹, 대선 전후 기사 9만 건에 댓글 공작』)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안철수 조폭" 실검 순위 조작 의혹이었다. 2018.5.9. 폭로한 이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드루킹 일당이 문 후보 캠프의 논평을 다룬 기사의 URL을 올리고, '베스트 댓글' 작업을 지시한 정황이 나온다.
이 메시지에는 '키워드'로 '안철수 조폭' '차떼기'라는 조작 키워드가 제시된다.
드루킹이 반기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해성 키워드를 넣은 댓글을 유포하고 이를 베스트 댓글로 올리려 한 정황이 여러 차례 제시되었는데도 정권 초반이고 문재인 정부의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었던 시기라 허익범 특검의 수사는 김경수 기소에서 마무리되었고 제일 중요한 댓글 조작에 의한 대선개입 여부를 가리지 못했다.
네이버는 이후 댓글 정책을 바꿨는데 댓글 배열기준의 선택권을 언론사에 넘기고, 정치뉴스에는 기본적으로 '최신순' 댓글 배열기준만 채택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드루킹 사건은 베스트 댓글의 핵심 키워드 몇 개로 유력 정치인의 이미지에 중대한 타격을 주고 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이라는 국가정책도 흔들어댈 수 있다는 점을 실증한 중차대한 범죄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었던 만큼 네이버의 댓글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였는데도 아무도 나서서 이를 변혁하거나 제재하지 않았다. 네이버 출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있는데 네이버가 무엇이 무서웠겠는가?
선거를 앞두고 네이버의 개혁을 논하면서 드루킹 사건을 되짚지 않는다면 댓글 조작세력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것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댓글은 누군가 조작하기 쉽고, 특정 연령대의 특정 성별의 특정인들이 많이 쓴다는 점이다.
드루킹 댓글조작에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sung****' 이라는 아이디의 네이버 논객은 지난 7년간 8743건의 댓글을 달았고, 무려 44,775건의 공감을 받았다. 최근에도 하루에 2건씩 왕성한 댓글 달기를 하고 있다.
일반인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고 이렇게 댓글 달기에 열심인 것을 보면, 관심받기에 중독된 것이든가 정치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일 것 같다.
이러한 극소수의 댓글논객들에게 대한민국의 여론의 주도권을 넘겨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