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현 3.50%인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국내 물가 둔화세가 관찰되고 있는 만큼 경기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4·5·7월에 이어 5차례 연속 동결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7연속 인상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에는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21년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50%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이 같은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국내 물가도 잡히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2개월 연속 2%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이후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달 다시 3%대로 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그 이후부터 하락 전환해 내년 하반기에는 2% 중반 이하가 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물가가 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해 경기를 자극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며 경제 체력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통위 측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이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로 등락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중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지난 5월 전망치에 부합할 것"이라며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올해 중 연간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 3.3%를 소폭 상회하는 3.4%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경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와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금통위는 내다봤다. 또한 올해 경제 성장률은 1.4%로 지난 5월 전망치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향후 성장 경로에는 ▲중국경제 향방 및 국내 파급영향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IT 경기 반등 시기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p)가 유지됐다. 이는 지난 2000년 10월(1.50%p)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게 되면 한·미 금리 차는 2.25%p까지 벌어지게 된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p의 한·미 금리 격차를 얼마나 오래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원칙적으로는 금리 격차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할지 방향성에 더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