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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암살 위험 알았다…제트기 갈아타고 변장하기도


입력 2023.08.31 18:41 수정 2023.08.31 18:42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무장반란 후 보안 강화…러군 연계된 비행장 이용 중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로홉스코예 공동묘지'에 조성된 프리고진 묘. ⓒ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도전하는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생전에 암살 위험을 느끼고 치밀한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일찍이 항공기가 자신의 암살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의심했고, 전용기에 여러 방어장비를 설치해두는가 하면 비행경로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다양한 조치도 취했다.


프리고진이 자주 이용한 전용기는 브라질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다.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에 본사를 둔 프리고진 연계 회사가 2018년 아일랜드해 브리튼 제도에 속한 영국 왕실령 맨섬에 등록된 회사로부터 이 제트기를 인수한 뒤 항공기 등록지와 관할지는 여러 차례 변경됐다.


전용기에는 외부 추적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 전자 차단 스마트창 등의 보안장치가 있다. 비행경로 추적을 피하기 위해 '트랜스폰더'(항공교통 관제용 자동 응답 장치)도 껐다. 가짜 여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승무원들은 이륙 직전 승객명단을 수정하고, 비행 중 관제센터와 교신해 갑자기 목적지를 바꿨다. 프리고진은 아프리카 국가들로 갈 때는 2~3대의 제트기를 갈아타고, 체포 위협을 받고 신속하게 탈출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종종 변장한 상태로 활주로에서 회의를 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6월의 무장반란이 실패로 끝난 뒤 주변 보안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러시아군과 연계된 모스크바 공군기지나 다른 군용비행장 이용을 중단했고 비상사태부가 제공하는 정부 제트기도 이용하지 않았다.


이달 아프리카로의 마지막 여행 때는 모스크바에서 30km 이상 떨어진 한적한 민영공항을 이용했고 항공기가 이륙하기 직전에야 승객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결론은 항공기 추적서비스인 플라이트레이더24가 제공한 지난 2020년 이후 프리고진의 비행기록을 분석한 결과 도출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치밀함도 끝내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 23일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기 위해 전용기를 탄 프리고진은 이륙 직후 추락사했다. 추락 지점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향으로 300km쯤 떨어진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마을이었다.


그를 비롯한 탑승객 10명은 신원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불탄 채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제트기 추락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그 원인과 관련한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숨진 비행기 사고를 외국 기관과 공동 조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브라질의 항공예방조사센터(CENIPA)가 요청한 항공기 사고 공동조사를 거부했다. CENIA가 공동 조사를 요청한 것은 그의 전용기가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기체이기 때문이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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