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종료, 지지자에 촛불 던져줘
경기지사 당선 직후 생방송 인터뷰선
"언론 예의없다"…불쾌감 드러내기도
성격은 '얼굴', 본심은 '행동'으로 발현
"대통령은 국민을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머슴이자 대리인이다."
지난 1일 무기한 단식 돌입 이틀째이자 국회 경내에서 치러진 '제1차 윤석열 정권 폭정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에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으로 빗대자 행사에 참가한 이 대표 지지자들은 "윤석열 탄핵" 구호로 호응했다.
행사는 오후 8시 30분쯤 종료됐고, 참가자들은 계단을 올라 단식 농성 천막으로 돌아가는 이 대표 주변을 에워쌌다. 그러면서 연신 그의 이름과 함께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계단을 오르던 이 대표의 얼굴엔 어슴푸레 미소가 띄어 있었다.
이 대표의 주장은 타당한 듯 보인다. 민주주의에서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는다는 원리에 입각해서라면 말이다. 이에 따라 21대 초선 국회의원인 이 대표 역시 국민의 머슴이자 대리인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소한 행동이 자신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계단 맨 위까지 오른 이 대표가 지지자들을 내려다 보며 자신이 사용한 LED 모형 촛불을 '던져주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맨 앞에 서있던 지지자들이 이 대표가 던져준 것을 차지하려고 다투어 손을 뻗었고, 이 대표는 흐뭇한 미소를 띈 채 바라보다 소동을 진정시켰다. 이같은 그의 행동은 촬영된 휴대전화 영상을 수 차례 반복 재생하며 시청한,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지인조차 "촛불을 하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도 이 대표의 '태도'가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8년 6월 13일 자정쯤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직후 이어진 언론사들과의 생중계 인터뷰에서다.
당시 이재명 신임 경기지사는 한 방송사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발언의 뜻은 무엇인지' 묻자 "그런 얘기 한 적 없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을 부른 이 지사는 "'이거'(방송사) 하고 더 이상 (인터뷰) 하지마"라며 손을 내저었다.
또 다른 방송사가 "우리까지만 부탁드린다"고 하자 당시 이 지사는 "안 돼!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해서 안 돼. 약속을 어기기 때문에 다 취소해. 이것도 인터뷰 하다가 딴 얘기하면 그냥 끊어버릴 거야. 내가 끊어버릴 거야. 예의가 없어. 안 해. 싹 다 어겼어. 예의가 없어. 다 커트(중단)야"라고 말했다. 영상에 담긴 그의 표정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선거의 주요 이슈와 국민적 관심사는 이 지사를 둘러싼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엉뚱한 질문으로 규정하고 자리를 떠나버린 태도를 보인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표는 SNS를 통해 "지나쳤다. 수양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온라인 검색 순위엔 한동안 '이재명 인터뷰'가 올라있었다.
성격은 '얼굴'에, 본심은 '행동'에 드러난다고 했던가. '대통령은 국민의 머슴'을 강조하던 이 대표는 급기야 "국민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제1야당 대표 신분에선 자신이 사용하던 촛불을 지지자에 던져주며 미소를 띄고, 경기지사 시절엔 언론 앞에서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던 그다. 이런 이 대표의 태도를 보며 그가 비판하는 '왕의 모습'이 겹쳐 보인 것은 난데없이 든 기시감은 아닐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