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노영민 통해 중단 촉구 메시지 전달
의지 굽히지 않던 李 "잘 새겨서 결정"
두 사람 추가 통화 가능성은 미지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건강 악화를 우려하면서,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단식 중단 출구를 열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거나 전화 통화 형태가 아닌 측근의 입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을 택한 건, 전직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단식 농성 14일차인 13일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다. 노 전 실장은 이날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단식이 길어지니 문 전 대통령이 정말 깊게 걱정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노 전 실장은 "정치가 실종돼버리고 이제 통합보다는 국민 분열이 횡행하고 있고, 국익이나 민생보다는 이념이 우선시되는 상황"이라며 "당대표가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씀을 한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감사한 말씀이다. 잘 새겨서 잘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난 노 전 실장은 문 전 대통령의 전언에 대해 "단식은 기저질환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한테는 아주 위험하다. 그것에 대해 깊게 새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리고 현재 상황이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것은 아니니까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추스르셔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추가로 전화할 수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건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단식 투쟁 초창기인 지난 1일 직접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러워 전화를 드렸다"라며 "더운 날씨에 건강을 잘 챙기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야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이 대표에게 메시지를 전한 건,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시기인데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경우 본인의 의중과는 달리 정치적 해석이 난무할 수 있다.
복수의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 인사는 "이 대표의 단식도 길어지고, 당 상황도 좋지 않은데 문 전 대통령이 무슨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라며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인사도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국회로 오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으로 본다. 문 전 대통령도 그런 계획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라며 "지난번처럼 직접 전화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오는 19일 평양공동선언 5주년 참석차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대표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노 전 실장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이 대표가 단식을) 빨리 중단해야 한다"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