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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에서 이재용까지... 代 이은 30년의 '삼성 안내견'


입력 2023.09.19 13:05 수정 2023.09.20 13:37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삼성 안내견 30주년', 이재용·홍라희 첫 참석 눈길

1993년 '신경영 선언' 직후 故 이건희 회장 지휘로 시작한 사업

'식용 견 문화' 개선 위해 시작, 현재는 삼성 대표 사회 공헌 활동

"20년 뒤 우리가 옳았음을 인정할 것" 故 이건희 회장 발언 '재조명'

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리트리버.ⓒ삼성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일부에서는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다 무어야 하는 공공연한 비난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차라리 직접 가난한 사람들이나 복지 단체에 기부를 하라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십 년이나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故 이건희 회장)


1993년 故 이건희 회장의 지휘 아래 시작한 삼성 안내견 사업이 30년이 지나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사회 공헌을 톡톡히 해내는 모습이다. 19일 설립 30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열린 경기 용인 삼성 안내견 학교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 안내견 사업의 향후 30년 후를 예고했다. 그간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만 여겨졌던 안내견 사업을 더욱 탄탄한 그룹 대표 CSR(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삼성 안내견 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 이래 매년 12~15마리를 분양하고 있다. 지금껏 총 280마리의 안내견을 분양했고, 현재 76마리가 활동 중이다. 올해로 정확히 30주년을 맞은 이곳은 현재 세계안내견협회(IGDF)에 가입된 국내 유일한 정회원 양성기관이다. 당초 이는 삼성이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하던 80~90년도 시기, 한국의 식용 견(犬) 문화로 인해 국내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못했던 해외 시장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생겨난 활동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 설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실제로 '동물을 통한 사회 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할 만큼 안내견 학교에 '진심'이었다는 평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과 모친 홍라희 여사가 19일 삼성화재 안내견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임채현 기자
이재용 회장 "와주셔서 감사하다" 뿌듯한 내색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는 19일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이날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 회장이 모친 홍라희 여사와 함께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삼성 측에 따르면 최근 회사의 사회 공헌 사업은 이번 안내견 사업 외에도 ▲ 삼성청년SW아카데미 ▲삼성희망디딤돌 ▲기능올림픽·기술교육 지원 ▲스마트공장 지원 ▲랩 육성 ▲나눔키오스크 활동 등으로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사회 공헌이 안내견 사업과 같이 사회적 약자 배려 및 지원에 집중됐다면, 이재용 회장은 기술 인재 육성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을 통한 국가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었다. 다만 이날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모친과 처음으로 직접 찾은 사실은, 이러한 사회적 약자 인식 제고를 그룹 차원에서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홍라희 여사는 행사장을 찾은 내빈들을 향해 "이건희 회장님이 굉장히 노력하던 사업이라, 30주년 기념식을 보면 감동하고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 역시 행사 내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뿌듯한 내색을 보였고, 행사에 참석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조이는 어딨어요?"라며 묻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예지 의원은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출신 '조이'의 파트너로, 안내견 학교와 특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예비안내견들의 모습.ⓒ삼성
민관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 기관..."해외에서 배우러 찾아와"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는 1993년 9월 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설립된 곳임과 동시에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 학교다. 들어가는 재원이 상당한만큼 우리나라처럼 사기업이 이러한 기관을 운영하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유럽과 미국의 안내견 훈련법을 벤치 마킹해 체계화했고, 현재는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훈련법을 배우러 역으로 찾아오는 선진 안내견 학교 대열에 올랐다.


안내견 학교의 기본적인 임무는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과 함께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을 스스로 관리하고 훌륭한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안내견 분양 교육이 완료된 후에도 소속 훈련사들을 통해 안내견이 은퇴할 때까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선 훈련기간 2년과 더불어 활동 기간 7~8년을 더해 10년 이상의 소요 시간이 투입된다.


안내견 학교 덕에 사회 인식 개선...정부-국회 차원의 노력도 이어져


삼성 안내견 학교는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안내견 사업이 갓 시작된 90년대 초반에는 안내견과 함께 식당을 찾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할 때 '개'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지금은 대중교통 승차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삼성 안내견 학교의 노력에 힘입어 정부와 국회가 힘을 쏟으며 마침내 1999년 '장애인 복지법' 내에 장애인 보조견 관련 조항이 도입된 덕분이다. 또한 2012년 훈련사 및 퍼피워킹 자원봉사자가 훈련과 사회화를 목적으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같이 법적인 지위를 동등하게 부여하는 '장애인복지법 40조법안'이 개정되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2020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입성한 개(犬)로 기록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안내견 '조이' 역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출신이다. 삼성은 앞으로도 안내견 양성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관련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NGO와도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4만 6000여명, 안내견은 116마리에 불과"


이날 안내견 학교 30주년 기념 행사를 찾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우리 사회에 안내견이란 용어조차 생소하던 30년 전부터 안내견 학교를 세우고 안내견 양성을 위해 헌신해오신 삼성화재 임직원 여러분께 큰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나라가 현재 시각장애인 약 4만6000여명에 비해 안내견은 116마리만이 활동중이라 그 수가 매우 부족하다. 저희도 안내견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선진 안내견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2017년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국립공원 안내견 출입 문제를 해결했고 법 개정에 따라 안내견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 보조견의 원활한 국립공원 출입이 보장되고 있다. 철도법 역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기차로 여행하는 경우 안내견 좌석을 무상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주요 항공사 역시 장애인 보조견에게 보조견 좌석을 무상 제공한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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