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가 사람·물자 운반에
활용하려는 신호일 수도"
북한이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접경 지역에서 북한 여객선 '만경봉 92호'가 포착됐다.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여객선 등을 활용한 인적·물적 교류 본격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5일(현지시각) 플리트몬(Fleetmon)의 선박 추적 자료와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 분석을 근거로 만경봉 92호가 전날 북한 나진항 인근에서 3km 떨어진 해역에서 포착됐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오픈 소스 분석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사람 혹은 물자를 운반하는 데 만경봉 92호를 활용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만경봉 92호는 350명가량이 탑승할 수 있는 9700t급 대형 화물여객선이다. 함경북도 조선소연합기업소가 지난 1992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원을 받아 김일성 80회 생일을 기념해 건조했다. 선박명은 김일성의 생가인 평양시 만경대 구역의 만경봉에서 따왔다.
해당 선박은 정기적으로 일본과 북한을 오가며 조총련 인사들의 북송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북한 미사일 도발 여파로 일본 정부가 자국 영해 진입을 금지한 뒤 다른 목적으로 운용됐다.
일례로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에는 북한 예술단의 남한 방문 교통편으로 사용됐다. 올림픽 직후 북한 전문여행사 고려투어가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관광상품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中 관영매체 "北, 외국인 입국 허용"
만경봉 92호의 '움직임'은 북한의 국경 완전 개방 소식과 맞물려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중국 관영매체인 CCTV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전날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했다. 사실상 국경을 전면 개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 방문 외국인은 입국 후 이틀간 의무 격리를 거쳐야 한다는 게 CCTV의 설명이다.
북러 정상이 만나 군사·경제 협력을 시사한 직후 국경 전면 개방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여객선 움직임까지 포착된 만큼, 향후 북한의 대외 운신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관광법을 채택한 바 있기도 하다. 관광법은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 관광을 확대하고 관광객들의 편의를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관광 산업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북한이 합법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 통로로 여겨진다.
실제로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을 폐쇄하면서도 관광지인 남포 일대 유원지 및 해수욕장 등을 꾸준히 정비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국경 전면 개방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면서도 "앞으로 외교관 상주 인원 복귀라든지 외국인 관광 개시 여부 등 향후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