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 코로나19 백신 개발주역 커리코·와이스먼 공동 수상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왼쪽)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 ⓒ AFP/연합뉴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메신저(전령)리보핵산(mRNA)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 두 명이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연합과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의 핵심적인 기술을 개발한 미 생화학자 커털린 커리코(68) 바이오앤테크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64) 미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커리코 부사장은 헝가리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대 조교수를 거쳐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으로 일하며 오랜 세월 mRNA를 연구해‘백신의 어머니’라고 불린다.와이스먼 교수는 미국 보스턴대 출신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두 사람은 mRNA의 한계를 극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 위원회는 “두 사람의 연구는 mRNA가 면역체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전례 없는 인류 건강에 대한 큰 위협이었던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개발을 빠르게 이끌었다”라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이들 연구 덕분에 수십 년 걸리던 백신 개발이 불과 1년 만에 가능했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나 일부 단백질로 만들었다. 인체가 해당 바이러스를 약하게 경험하면 나중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할 때 바로 면역체계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mRNA 백신은 기존 백신과 다른 방식이다. 유전자는 DNA(인간)나 RNA(코로나바이러스)로 구성된다. 둘 다 생명체의 모든 현상을 좌우하고 몸을 만드는 단백질을 만든다. 즉 생명체라는 건물을 만드는 설계도다. mRNA는 그중 일부를 복사해 원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mRNA는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상세 설계도인 셈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호흡기 세포에 결합시킨 다음 안으로 침투한다. 화이자·바이오테크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백신은 이 스파이크를 만드는 설계도인 mRNA를 사람 세포에 전달한다. 세포는 mRNA 유전정보에 따라 스파이크를 합성하고 인체에서 이에 대항하는 면역반응이 유도돼 코로나를 예방한다.

코로나19 백신. ⓒ AP/연합뉴스

특히 mRNA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전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독감 백신을 해마다 새로 맞는 것도 새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기존 백신은 세포나 달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 몇 달씩 시간이 걸린다. 이에 비해 mRNA는 화학합성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그만큼 돌연변이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

mRNA가 그동안 임상에 활용되지 못했던 것은 매우 불안정한 물질이며 의도치 않게 강한 선천면역 반응을 일으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커리코 부사장은 mRNA를 세포에 넣어 면역계가 인식하도록 하는 연구를 1990년대부터 수행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후 와이스먼 교수와 2005년에 공동으로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면역’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은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핵산의 화학적 분해로 얻어지는 글리코실아민)를 이용해 mRNA를 합성해 선천면역 반응을 회피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것이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이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화이자·바이오테크와 모더나가 새로운 형태의 백신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다만 mRNA 백신은 처음 시도된 까닭에 일부 백신 접종자들에게서 발열이나 두통과 같은 부반응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치명적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를 지킬 수 있었다는데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수상자들은 2021년에 로젠스틸상, 호위츠상을 수상하고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과 ‘예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알려진 래스커상까지 휩쓸면서 2021년과 2022년에 노벨상 수상이 점쳐졌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에 대한 mRNA 백신의 효과가 확실하게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수상자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13억 5000만원)를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등의 순으로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