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없었던 이승엽 감독…쓰디 쓴 가을야구 마무리

흔들리던 곽빈 교체 위해 불펜 조기에 가동했어야

투수 운용도 시즌 중 저질렀던 실수 그대로 되풀이

이승엽 감독의 첫 시즌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 뉴시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명성을 높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의 사령탑 첫 시즌이 5위로 마무리됐다.

두산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2023 KBO리그’ 와일드카드결정 1차전서 NC에 9-14 대패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기에 시작부터 두산에 쉽지 않은 시리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1패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1경기만 승리해도 되는 NC에 비해 2경기를 모두 잡아야 했던 두산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단 1경기만 치렀음에도 이승엽 감독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투수 운용은 이승엽 감독이 이번 겨울 두고두고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이날 두산은 선발로 나선 곽빈이 3-0으로 앞선 4회, 서호철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어 곽빈은 김형준에게 홈런 한 방을 더 얻어맞았고 도태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에야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불펜을 조기에 가동시켜야 할 시간은 충분했다. 곽빈은 만루 홈런을 맞기 전 이미 제구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단기전임을 감안할 때 이승엽 감독은 이때부터 투수 교체를 염두에 뒀어야 했다.

곽빈에 이어 등장한 투수들도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 감독은 곽빈 다음으로 필승조 중 하나인 김명신을 투입시켰다. 타선이 경기 중반 이후 다시 힘을 내면서 추격을 시작했기에 결과적으로 김명신 카드의 조기 사용은 아쉬움으로 남고 말았다.

오히려 선발이 버텨주지 못했기 때문에 2~3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스윙맨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두산에는 이와 같은 역할을 해낼 이영하, 최승용 등의 자원을 보유한 팀이다.

선발 곽빈이 흔들리기 전 불펜을 가동할 시간은 충분했다. ⓒ 뉴시스

사실 이승엽 감독은 시즌 중에도 한 박자 늦은 투수 교체 및 적절치 못한 투수 운용으로 팬들의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미 수차례 실패를 겪었던 경험을 갖췄음에도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해 9위였던 팀을 5위로 끌어올려 가을야구까지 이끈 부분은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하지만 두산은 최근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팬들의 눈높이가 남다른 대표적인 팀이다. 내년 시즌 팬들을 만족시킬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올 겨울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이승엽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