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만나서는 "북한은 자주국…모든 정책 전적 지지"
푸틴, '핵 가방' 직접 대동 노출하며 국제사회 위협
정부 "국제협약 위반 시 단호히 대응"
방북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내내 '한반도 평화 협상'과 '북한 자주권'을 지지하면서 북핵을 기정사실로 취급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도 핵 능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동아시아에 핵 위협이 점증하는 양상이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북한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1시간가량 접견하고 "조로(북러) 수뇌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하여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 조로 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자"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 위력으로)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며 강대한 국가 건설 위업을 강력히 추동하자"고 덧붙였다.
통신은 또 이날 회동에서 "두 나라가 굳건한 정치적 및 전략적 신뢰 관계에 토대해 복잡다단한 지역 및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며 공동의 노력으로 모든 방면에서 쌍무적 연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을 비롯해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이 교환됐으며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도 진행했다. 최 외무상은 지난 18일에도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환영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환영 만찬에서 최 외무상은 "이번 방문 기간에 조로(북·러) 수뇌(정상)분들께서 이룩하신 력(역)사적인 합의에 따라 종합적이며 건설적인 쌍무(양자)관계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확대해 나가며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만족한 결실이 이룩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 주도의 서방 집단의 패권주의 정책으로 복잡다단한 국제정치 정세 속에서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이의 전통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에 기초한 상호지지와 연대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며 "미국과 서방의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수호해 나가고 있는 진정한 자주독립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인민이 국가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실시하는 모든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자주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무력증강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도 핵 능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공격 명령을 내릴 때 사용하는 핵 가방을 대동한 모습이 포착됐다. '체게트(Cheget)'라 불리는 핵 가방은 대통령이 항상 갖고 다니지만 영상으로 찍히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같은 날 러시아 하원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을 2·3차 독회(심의)에서 모두 반대 없이 찬성 415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 가방을 일부러 노출해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에 핵 사용이 가능하다는 위협을 또 한 번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북한과 러시아 핵 강화 움직임에 대해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북간 협상이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 협약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며 미일 등 국제사회와 공조하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민생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러북간 협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며 "북한은 그 어떤 행동과 주장을 하든 간에 핵 보유를 결코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제재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