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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뮤지컬 배우 이정윤, ‘벤허’로 맞은 전환점 [D:히든캐스트(146)]


입력 2023.10.28 14:42 수정 2023.10.28 19:4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MK뮤지컬컴퍼니

2012년 뮤지컬 ‘13’으로 데뷔한 배우 이정윤은 현재 뮤지컬 ‘벤허’에서 앙상블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을 뮤지컬과 함께 한 베테랑이지만, 늘 겸손함으로 무대에 임한다. 특히 데뷔 10년을 갓 넘긴 시점에 만난 ‘벤허’는 그에게 새로운 시작점과 같은 작품이다. 그는 ‘벤허’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 이런 믿음은 앞으로 그에게 나아갈 새로운 힘이 됐다.


-‘벤허’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 접하게 된 건 작년 9월이었어요. 오디션 공고가 올라와서 작품에 대해 공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봤어요. 그렇게 찾아보고 나니 ‘내가 과연 이 작품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직접 참여하게 된 이후에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나요?


사실 정말 어렵게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만큼 정말 열심히 연습에 임했습니다. 그렇게 연습과 공연을 하다 보니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내가 변하고 노력하면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벤허’라는 작품 특성상 몸을 만들고 시작하는 배우들이 대부분이던데요.


네, 저 역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15kg 가량을 감량했습니다. ‘벤허’에 어울리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살을 빼고 몸을 만들었어요(웃음). 작품을 보면 앙상블이 노예, 군인, 무희 등 외적인 모습이 중요한 여러 가지 역할을 맡게 되거든요.


-‘벤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유대인 노예, 하인, 로마군, 유대군, 무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노예 역할에 애착이 갑니다. 극의 오프닝 ‘희망은 어디에’ 장면과 ‘그리운 땅’ 장면에서 노예들이 각자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정말 소름 돋고 울컥하더라고요. 배우 한 명 한 명이 노예를 어떻게 표현을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도 그 역할을 위해 15kg 가까이 빼기도 했고요. 그런 노력들이 있어서 그런지 노예 역할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캐릭터를 만듦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실까요?


저는 걸음걸이와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마다 걸음걸이와 자세가 다른 것처럼 캐릭터를 만들 때 그 캐릭터들의 걸음걸이와 자세 연구를 많이 합니다. 노예였을 때는 무거운 발걸음과 힘없이 굽은 자세, 군인이었을 때는 당당하고 자신 있는 걸음과 곧은 자세, 무희였을 때는 섹시하고 매혹적인 걸음과 자세 등으로 많이 연구했고, 무대에서 적용했습니다.


-앙상블로 출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살 빼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안무도 많고, 합이 많은 작품이다 보니 연습 강도도 높은 편인데, 따로 운동과 식단도 병행하다 보니 배로 힘들었던 연습 기간이었어요.


-다른 공연도 그렇지만, ‘벤허’는 유독 앙상블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앙상블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그만큼 안무, 합을 익히는 게 매우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벤허’하면 앙상블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앙상블상을 수상한 작품에 들어와서 전에 하셨던 분들만큼 할 수 있을까 부담이 있었어요. 그리고 ‘벤허’의 안무는 정말 난이도가 있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다운 팝’이라는 장르가 있는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순간의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장르라서 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무술의 합 역시 어렵고,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 아직도 매일 공연 전에 한 번씩 맞추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힘든 만큼, 그것을 해냈을 때의 보람, 성취감도 클 것 같고요.


현재도 매 순간 보람을 느끼고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벤허’라는 작품을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 작품은 저의 한계를 넘어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제작진이 안무에 있어서 이정윤 배우의 능력을 높게 사더라고요.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사실 안무에 대해 자부심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벤허’에는 무용 전공한 사람이 많은데, 그에 비해 저는 무용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유연한 편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안무를 할 때 동작보다 연기에 초점을 더 두려고 합니다. 안무도 결국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니까요. 장면마다 안무할 때 최대한 그 역할이 되려고 하는 편이고, 그래서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벤허’의 독특한 점은 앙상블이 전원 남성이라는 점이죠.


맞아요! 처음 연습할 때는 남자 배우들밖에 없으니 다들 운동 얘기, 몸 얘기만 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만 하다 보니 순간순간 ‘내가 다시 군대에 들어왔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웃음). 점점 친해지고 나니 다들 말이 많아져서, 새삼 남자들도 말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다들 각종 스포츠에 빠졌습니다. 컵 차기, 탁구, 족구, 볼링 등을 함께 하며 승부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와 그 이유는?


‘그리운 땅’ 넘버를 가장 애정합니다. 어떠한 장치 없이 온전히 저라는 배우가 보여지는 장면이기도 하고, 에스더와 노예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잘 표현된 장면이에요. 옆에서 노예 상인들이 움직이고 있는데 노예들이 가만히 서서 속으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마음을 잘 표현한 넘버라고 느낍니다. 커튼콜 때 ‘그리운 땅’을 한 번 더 부르는데 그때엔 모두가 밝게 불러요. 앞선 장면과 대비되는 것도 너무 좋아요.


ⓒEMK뮤지컬컴퍼니

-다음 시즌에 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으신가요?


티토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티토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한번 연기 해보고 싶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이정윤’이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을 얻었어요. ‘더 발전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이제부터 시작이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 저에 대한 믿음 등을 이번 작품을 통해 얻었습니다.


-2012년 뮤지컬 ‘13’으로 데뷔한지 벌써 10년이 지났어요.


지금까지의 10년은 배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살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앞으로의 10년은 이제 그 방향으로 나아갈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따뜻한 마음으로 기대하며 지켜봐 주세요.


-향후 활동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 이정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신념이 있다면요?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자’입니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무엇을 계획하고 선택할 순간이 올 때 내가 덜 후회할 수 있는 걸 선택합니다. 그게 제 마음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선택을 해야 책임감도 더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활동할 때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할 생각입니다.


-그간의 뮤지컬 배우 생활 동안 이정윤 배우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던 사건(혹은 사람)이 있다면?


박종배 배우를 만나고 제 배우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광화문 연가’라는 작품을 통해서 종배 형을 처음 만났는데요. 종배 형의 생활과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마인드 모든 것이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종배 형은 배우들 사이에서 ‘AI 종배’ ‘종파고’라고 불리는데요, 그만큼 사람이 너무 완벽해요. 저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보다 노력하고 매 순간 최선의 최선을 다하더라고요. 형을 만나기 전에는 스스로에게 ‘난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종배형을 보고 최선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활면에서도 정말 모두에게 모법이 되는 형이에요. 종배 형에게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벤허’는 종배 형과 3번째로 같이 하는 작품인데, 주위에서는 저한테 성덕이라고 할 만큼 종배 형에 대한 저의 존경심은 동료들 사이에서 유명해요. 종배 형은 징그럽다고 하지만요(웃음). 하지만 정말 종배 형한테 많이 배우고 있고, 정말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인터뷰를 통해 말할 기회가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슬럼프는 없었나요?


아직 슬럼프는 오지 않았습니다. 슬럼프는 아니지만 막공이 끝나면 엄청난 공허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그럴 때는 오디션을 보거나 레슨을 받습니다. 무대는 아니지만 어떤 곳에서라도 연기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앞으로 꼭 참여해보고 싶은 작품, 캐릭터와 그 이유도 듣고 싶어요.


뮤지컬 ‘빨래’의 솔롱고 역을 하고 싶습니다. ‘빨래’가 주는 뭉클함과 먹먹함, 우리의 삶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솔롱고가 가지고 있는 감성, 그가 살아가는 삶을 한 번쯤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정윤 배우의 최종 목표는?


‘정윤이? 좋은 사람이지. 이정윤 배우? 아 그 배우 기억나!’ 이게 현재 제 최종 목표입니다. 같은 동료로서는 좋은 동료가 되고 싶고, 관객분들께는 기억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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