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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홍콩 합작 누아르 나오나…‘흑사회’와 ‘신세계’의 뜻깊은 만남 [홍종선의 연예단상㉛]


입력 2023.11.02 08:40 수정 2023.11.14 10:16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고천락, 한재덕 대표 런던아시아영화제서 3번 만나

전혜정 위원장 “아시아 영화인들 소통 플랫폼 구축 시동”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영화 ‘화란’ 상영관 포토월에 나란히 선 한국의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와 홍콩 배우 고천락(왼쪽부터) ⓒ런던아시아영화제 제공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집행위원장 전혜정)가 1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0월 29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가운데 한국과 홍콩의 누아르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의 만남이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아시아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홍콩 누아르, 그 가운데 영화 ‘흑사회’(감독 두기봉)와 ‘흑협’(감독 서극) 등을 통해 활약했던 배우 고천락과 한국영화 지평에 누아르를 개척해온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의 대표 한재덕이 그 주인공이다.


첫 번째 만남은 지난 28일 배우 고천락이 런던아시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사나이픽처스의 신작 ‘화란’을 보기 위해 오데온 웨스트엔드 극장을 찾으며 이루어졌다.


배우 고천락은 “지금 홍콩을 비롯해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영화에 대해 큰 관심을 지니고 있고,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한 전 작품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화란’의 영국 프리미어 상영에 참석하게 됐다. 느와르 장르라 기대가 많이 된다”고 관람 사유를 밝혔다.


한재덕 대표는 후일 K-누아르의 태동으로 평가될 영화 ‘신세계’를 시작으로 기존 한국식 ‘조폭영화’와 선을 그으며 ‘아수라’ ‘무뢰한’ ‘헌트’ ‘화란’ 등을 통해 잿빛 감성과 핏빛 액션을 스크린에 물들여 왔다.


홍콩-한국영화 간판 영화인들의 토크를 듣기 위해 800석을 빼곡하게 채운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제공

두 번째 만남은 하루 뒤인 지난 29일, 고천락이 주연하고 제작한 영화 ‘바이탈 사인’이 오후 2시 오데온 레스터 스퀘어 극장에서 상영된 뒤 이뤄졌다. 영국에 사는 홍콩영화 팬들이 고천락의 신작을 보기 위해 상영관 800석을 가득 메운 상황, 찬란했던 홍콩 누아르의 배우 고천락과 새롭게 K-누아르를 이끄는 한국의 제작사 대표 한재덕의 ‘누아르 토크’가 진행됐다.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홍콩 누아르의 팬으로서, 특히나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를 가장 좋아하는 팬으로서 ‘지미’ 캐릭터를 연기한 고천락 배우가 내 눈앞에 있고 육성을 듣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는 말로 분위기를 녹였다.


이어 “주윤발, 양조위, 고천락 같은 저의 영원한 따거(형)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꿈을 꽤 오래전부터 꿔 왔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한 발 한 발 내딛어왔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손에 손 잡고, 마음과 마음을 잇다. 왼쪽부터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고천락(루이스 쿠) ⓒ

세 번째 만남은 다시 하루 뒤, 런던아시아영화제가 폐막한 다음 날, 일대일 회동으로 이뤄졌다.


전혜정 집행위원장의 전언에 따르면, 고천락은 “항상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가 반영의 책임을 지녀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사회 문제에 대한 헌신은 배우인 제가 스스로 영화 제작사를 시작한 핵심 이유 중 하나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재능이 많은 한국의 영화 프로듀서와 감독, 배우들과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희망했다.


한재덕 대표 역시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실제 협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하고 이상적일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해가 바뀌기 전에 다시 만나는 게 좋겠다”고 화답했다.


세 번의 만남, 그 공식적 행사와 이면의 모든 과정을 준비하고 지켜본 전혜정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에서 마켓이 형식이라면, 저는 형식보다는 마음을 잇고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런던아시아영화제를 통해 만들고자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덧붙여 “각국의 영화를 서로 팔고 사는 마켓의 기능적 역할을 넘어 아시아 영화인들이 생각을 나누고 협업을 도모하는 교류와 소통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 여덟 살을 맞아 새롭게 세운 런던아시아영화제의 목표”라면서 “누아르 토크를 넘어 양국의 협력을 약속하는 자리가 된 한국과 홍콩의 대표 장인들의 만남이 그 힘찬 시동을 걸어주었다”고 자평했다.


영화 ‘화란’을 관람하기 위해 건물 밖까지 줄 선 관객들, 영화제를 지키는 힘 ⓒ런던아시아영화제 제공

마음과 마음을 잇겠다는 전진, 첫걸음부터 힘차다.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는 고천락과 한재덕이라는 홍콩과 한국 영화계의 대표선수만을 이어준 게 아니다. 폐막식 후 열린 리셉션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온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영화인, BBC와 가디언을 비롯한 유수의 언론인, 각종 문화단체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자유 대담을 나누고 관련 산업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차별화’라는 단어의 진가가 빛난 현장들. 세계 각국의 수천 영화인들이 집결하는 국제영화제를 무턱대고 모방하고 답습하는 게 아니라, 부티크(규모는 작아도 멋있고 개성적인 의류를 취급하는 점포) 영화제답게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고, 발전 가능성이 큰 해법을 사람으로 하면 불과 초등학교 입학한 시점에 찾았다. 블루오션, 장밋빛 전망의 바탕에는 런던아시아영화제를 아끼는 관객들의 힘이 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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