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성장에 패키지 기판 수요도 고공행진
세종사업장, 국내서 처음 반도체 기판 생산한 곳
세종시에서 가장 고용 인원 많은 사업장으로 꼽혀
원료~최종 제품 통합 생산 가능한 5공장 역할 주목
"이물은 없어! 품질은 어썸(awesome:엄청난)!"
충남 세종특별자치시 명학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5만3000여평의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이 대한민국 최초 반도체 기판 생산의 원류에서 전초기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1991년 문을 연 후 199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등 삼성전기 기판 사업의 시초를 맡았던 세종사업장이 최근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그 시선을 차세대 신제품 생산으로도 옮기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찾은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기존 1~4공장에 이어 증축되고 있는 신공장 모습이었다. 세종사업장의 '메인'으로 올라서게 될 '5공장'이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57%의 공정률이 진행되고 있는 5공장에서는 새로운 반도체 적층 방식인 2.5D 패키징 기술에 맞는 초미세화 공정이 적용된 패키지기판이 생산된다.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모든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다. 즉 '스마트 팩토리'다.
철저한 보안 속 패키지 기판 전·후공정 진행
이날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는 삼엄한 보안 끝에 기판 제작 주요 공정 일부를 볼 수 있었다. 기판 제조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과 흡사해 모든 인력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 휴대전화는 물론 노트북 카메라에도 보안 유지 스티커를 붙이고, 방진복을 착용한 후 약 20초간의 에어샤워를 거친 뒤 사업장 라인 진입이 가능하다.
현장 시찰은 생산 시설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삼성전기의 기술을 자랑하는 '미세 회로 구현' 등으로 이뤄졌다. 한정된 기판 안에 많은 성능을 담기 위해선 많은 길(회로)이 필요하다. 여러층으로 쌓아올린 기판에 구멍을 뚫고 도금 작업을 거쳐 층별로 전기 신호가 오갈 수 있는 길을 만든다.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 '비아(Via)'의 경우 통상 80u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면적 안에 50um 수준의 구멍을 오차 없이 뚫어야 하기에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먼저 1공장에서 주로 진행되는 전공정인 도금 공정과 회로 공정, 4공장에서 진행되는 후공정인 SR공정 등을 직접 볼 수 있었다. SR공정에선 녹색 잉크를 도포한다. 통상 전자부품의 완제품 형태로 가공시키는 과정이다. 이중에서도 세종사업장이 가장 자랑하는 기술은 바로 '임베딩(Embedding)' 기술. 이는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하는 기술로 신호 경로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감소시키고,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 국내 기판 업체 중 삼성전기가 유일하게 해당 기술을 보유 중이다.
각 사업장에는 전체 기판 제작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룸이 별도로 배치돼있다. 현장 습도나 이물을 관리하고 24시간 작업자가 근무하며 모니터링한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의 경우 그 특성상 먼지가 한 톨이라도 있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불량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물을 경계해 회사 판매 이익을 높이자는 작업 독려 메시지가 5만평이 넘는 사업장 현장 곳곳에 붙어있는 이유다.
반도체 성능 따라 패키지 기판도 성능 고도화
삼성전기는 최근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패키지 기판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주력 포트폴리오 중 하나이기도 한 패키지 기판은 메인보드와 CPU·GPU 등 반도체 사이의 전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두뇌 및 장기로 분류되는 반도체를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과거 반도체는 기판 위에 반도체 칩이 하나 올라가는 단순한 구조였으나,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회로 미세화가 진행되고 트랜지스터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패키지 기판 역시 그 회로가 미세화되고, 층수도 늘어나는 등 그 성능이 고도화되고 있다.
패키지 기판은 크게 두 가지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용인 FC-CSP,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CPU용 FC-BGA인데, 현재 세종에서 주력하는 기판은FC-CSP(Flip-Chip Chip Scale Package)다. 다른 사업장과 달리 유일하게 기판 단일 제품만을 생산하는 기판의 핵심 기지다.
세종사업장은 기타 사업장과 달리 약 20여년 만에 미디어에 개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규현 삼성전기 패키지제조기술팀장 상무는 "세종사업장의 경우 모바일 위주지만 최근 노트북과 PC 등을 타겟으로 넓히고 있다"며 "일부 제품은 생산 중이고, 향후 시장 성장에 따라 계속 서포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1년 첫 기판 사업 시작한 세종사업장
삼성전기는 지난 1991년 처음 기판사업을 시작한 후 1997년 패키지용 기판인 IT용 서브기판 BGA(FC-CSP)를 첫 양산했다. 바로 이 FC-CSP를 첫 양산한 곳이 세종사업장이다. 뒤이어 1999년도 부산에 패키지 기판 전용 공장이 준공됐다. 세종사업장이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 사업의 발판인 셈이다.
삼성전기가 이처럼 패키지 기판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최근 반도체 수요 급증이 있다. 반도체 시장은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2027년에 7520억 불 수준으로 전망된다. 과거 반도체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제조사는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외주를 통해 칩 생산에 나선 상태다.
이에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2023년 106억 불에서 2027년 152억 불 규모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와 같은 산업·전장 분야를 주축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삼성전기측의 설명이다.
5공장 신축 중..."난이도 높은 차세대 제품 생산할 것"
삼성전기 측은 이날 초미세화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임승용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부사장은 "2027년도까지 ARM CPU용이 크게 증가하며 하이엔드 패키지 기판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 사업 확대를 위한 차세대 신제품 전용공장도 증축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내년 5월 완공 예상되지만, 일부는 좀 더 앞당겨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종사업장의 규모는 세종특별자치시 명학 산업단지 내 최대 규모다. 전체 25만3750평에서 삼성전기가 5만3000평을 차지하고 있다.건물 연면적은 3만평 규모, 총 12개 건물을 보유 중이다. 1855명의 임직원을 품은 해당 사업장은 세종시에서 가장 고용 인원이 많은 사업장이다. 지난해 삼성전기 패키지 전체 사업 매출 2조원 중 세종사업장에서 1.25조원을 달성했다.
임승용 부사장은 "신공장에선 기존 4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은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며 "세종사업장 처음으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설비·인프라, 물류 자동화 생산체제를 적용해 제품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고, 최고 수준의 청정 환경 구축으로 우수한 품질의 기판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