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은 취재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대역 재연과 가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MBC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방송 초반 이 같은 자막을 송출한다. 다수의 시사 프로그램이 그렇듯, ‘그것이 알고싶다’ 역시 영상을 통해 사실들이 구성에 맞는 서사를 가질 수 있도록 대역이나 재연을 활용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영상을 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관련 분쟁을 다룬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에서 재연 배우가 등장한 장면이 문제가 됐다. 방송 초반 대역 재연이 포함되어 있다는 고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건, 방송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피프티 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 측은 ‘내부관계자’로 등장한 A씨가 허위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어트랙트 측은 A씨가 당사에 근무한 사실조차 명확하지 않은 인물이라고도 덧붙였다.
A씨가 대역 배우라는 주장이 온라인을 통해 제기되자 뒤늦게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대역 재연 포함 관련 자막을 방송 초반 송출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그간 방송 초반 고지와 별개로 사건을 재구성한 영상을 담을 때 짧게나마 해당 영상의 한편에 ‘대역 재연’ ‘재연’ 혹은 ‘음성 대역’ 등의 표시를 해왔다는 점이다.
언론윤리헌장 제1조(진실 추구)에는 ‘취재원 발언을 정확히 인용하며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때문에 대역을 쓰는 것 자체가 해당 발언이 뉘앙스 등에 따라 왜곡될 수도 있어 위험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다만 ‘그것이 알고싶다’가 해명한 것처럼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보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재연이나 대역도 용인됐다. 언론윤리헌장도 ‘취재원 보호 등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힌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논란이 된 해당 장면이 취재원 보호라는 명목으로 넘어갈 수 있냐는 것이다. 대중이 문제 삼는 건 대역 재연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재연 혹은 대역 표시를 하지 않은 것에 따라 혼란을 부추긴 것이다.
더구나 앞서 방송 직후 ‘그것이 알고싶다’는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두 집단 사이에서 한쪽 편에 편향된 입장으로 방송을 송출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태였다. 해당 내부관계자 인터뷰 장면에서 대역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같은 내막에서 ‘그것이 알고싶다’의 객관성 잃은 보도라는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혹여 대역 사용이 사실 전달이 아닌, 제작진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때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꼭 대역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 적어도 보는 사람들이 해당 장면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어떤 의도에서든 진실이 가려진 보도는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