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하나·메리츠證 등 쪼개고 합치고 외부인력 수혈
부동산·IPO 사업 등 대응력 높여...내부통제 강화 노력
올해 증권업계가 경기 둔화 여파로 투자은행(IB) 부문의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각종 이슈로 사업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실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인적 쇄신에도 속도를 내는 등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대체투자,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등 IB 부문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래 전반이 위축된 데다 부동산PF의 부실화 우려는 여전하고 IPO 사업은 ‘파두 사태’에 따른 주관사 책임론 등 불안 요인까지 더해져서다. 이에 증권사들은 조직을 쪼개거나 합쳐 대응력을 높이고 외부 전문 인력을 수혈하는 등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초 기존 IB본부를 IB1부문과 IB2부문으로 나눠 신설된 IB2 부문이 IPO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회사는 지난 1월 10년 만에 반도체 특수가스 기업 티이엠씨를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면서 단독 주관 업무에 복귀했다.
회사가 그간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IPO 부문을 강화해온 만큼 이에 힘을 실어주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티이엠씨와 한화플러스제4호스팩을 상장시킨 데 이어 내년에도 관련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상장 추진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영입을 통한 전문성 확보 노력도 눈에 띈다. 하나증권은 최근 정영균 신임 IB그룹장을 선임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정 그룹장은 하나증권 출신으로 15년을 재직하다 지난 2015년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증권의 대체투자 부문 성장을 이끌어왔다. 다시 돌아온 정 그룹장은 하나증권의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준비 작업을 주도할 전망이다.
다만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통 IB 부문의 강화가 예상돼 부동산 부문에선 조직 축소가 이뤄질 것이란 업계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위주의 수익구조를 가진 하나증권은 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대거 쌓으면서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연속 적자를 냈다. IB 사업의 균형 맞추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IB 조직의 기능적 통폐합도 이뤄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일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하는 임원 인사와 함께 IB 부서 3곳을 통폐합해 단일 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기업금융·부동산금융·PF 등으로 구분했던 기존 IB 3본부가 1사업본부 중심으로 통합됐고 기존 1본부장을 겸임했던 이세훈 부사장이 IB사업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됐다. 통합본부가 IB사업과 리스크를 관리·총괄하는 체제로 개편되면서 2본부와 3본부는 사업팀 규모로 줄어든 상태다.
이는 지난달 2본부 일부 임직원들의 전환사채(CB) 불공정거래가 적발돼 관련된 임직원들이 퇴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부동산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관련 사업을 맡아온 3본부의 신규 딜이 감소한 것도 조직 효율화를 위한 통폐합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등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강화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IB 사업 성장 둔화가 이어지면서 관련 부문의 실적 회복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지금처럼 경기가 나쁠 때 오히려 핵심 사업을 강화하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등 전략적으로 움직이면서 시장 회복기를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