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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안전사고…전문가들 “현재 ‘중처법’ 사회적 논의 있어야”


입력 2023.11.29 06:20 수정 2023.11.29 10:29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한국건설안전학회, 중대재해 예방 관련 토론회 개최

구조적 문제·제도 미비·근로자 의식 수준 등 문제 산적

“중처법 유예 여부와 별개, 근원적 접근 필요”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소·중견건설사는 유예기간 연장을 호소하는 반면, 노동계는 계획대로 내년부터 법이 전면 시행돼야 한단 입장이다.


이미 법 적용을 받는 대형건설사에서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재의 중처법만으론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떠나 한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미비한 제도, 근로자의 안전의식 수준 등 장기간에 걸쳐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단 견해다.


지난 28일 건설안전분야 전문학술단체인 (사)한국건설안전학회는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법제 개선 및 안전관리 강화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안홍섭 건설안전학회장을 비롯해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정성훈 전 안전공단 건설안전실장, 손영진 건축산업진흥원 단장, 이성기 전 고용노동부 차관, 건설업계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토론회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의 건설 중대재해 예방의 한계와 실효성 ▲건설 중대재해의 근원적 예방을 위한 법제와 국가의 책무 ▲건설 중대재해의 효과적 예방을 위한 정책 방향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정성훈 전 실장은 “중처법 실효성 증대를 위해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안전 컨트롤타워의 역량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은 기업 규모와 위험특성 등에 부합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중처법을 2년 더 유예하더라도 법 시행에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단 견해다. 그는 “정부와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 유도,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2년 뒤 법 시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해결방안이 유예 조건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진 단장은 근본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선 법제와 국가의 책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 단장은 “건설계약법의 흠결로 인해 훈습된 낡은 제도에 의구심을 갖고 계약법의 정의와 공정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이제라도 컨설턴트 제도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한다. 발주자 직접 사업관리책임제로 전환하고 건설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신분 지위를 발주자의 별도 자문역으로 승격해 종합적인 사업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기 전 차관은 중대재해의 효과적 예방을 위해선 정책적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성기 전 차관은 중대재해의 효과적 예방을 위해선 정책적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은 “경미한 사고와 중대재해는 구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전조 사고에 대해선 집중 분석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안전관리자가 페이퍼 업무에 몰두할 게 아니라 현장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제한되는 중대재해 보고서를 공표해 중대재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기업들은 다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지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은 법을 지켜도 사고가 발생하고, 법을 지키지 않아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등 모순이 생긴다”며 “중대재해로 이어질 만한 직접적인 행위들에 대해선 ‘하지마라’ 금지 조치를 내려 근로자들이 최소한 의무사항을 준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건설사들의 실질적인 고충도 들을 수 있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관제실 CCTV로 실시간 현장을 보면 마치 예비군 훈련 같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헬멧을 벗고 춥다며 불을 피우고 담배를 태운다. 그 예비군의 40%는 외국인 근로자”라며 “근로자 수준을 높여야 하고 법도 바뀌어야 한다. 현장은 현실인데 법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고에 100대 0이라는 건 없는데, 정부는 큰 틀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발주자, 원청사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가령 조합 사업의 경우, 조합은 중대재해에 대해 인식하지 않는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를 어떤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로드맵을 제시해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못만 지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처법 시행에 맞게 지원도 필요하다. 대기업은 그나마 낫지만, 중소기업들은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모든 비용을 중대재해 예방 시스템 구축에 투입하면 정작 다른 부분을 놓치게 된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건설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행위자에 대한 처벌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중처법이 단지 기업을 처벌하는 법이 아닌 기업의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도록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정부를 포함한 건설산업 이해당사자 각각의 역할에 따른 책임을 재정립하고 정부는 기업마다, 기업의 규모마다 맞춤식 지원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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