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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대선 공약 파기하고 '병립형'으로?


입력 2023.11.29 01:00 수정 2023.11.28 20:28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유튜브 방송서 "현실 엄혹함 무시할 수 없다"

선거제 논의 의총 하루 전날 병립형 회귀 시사

당내서 '결단' 압박…"정치개혁 약속해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연동형을 골자로 정치개혁을 약속한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선거는 승부'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선 공약 파기를 시사한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28일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한 뒤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선거제 개편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지금은 국회에서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 주세요'라는 댓글을 읽은 뒤 "맞다. 선거는 승부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병립형으로 해야 한다'는 댓글을 거론한 뒤에는 "신중하게 논의하겠다. 어쨌든 선거는 결과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여야의 선거제 논의가 공전하고,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현행 선거제를 유지한 채 여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방치할 경우 선거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진성준 의원은 전날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저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비례성을 좀 강화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연동형이나 준연동형제를 채택했을 경우 위성정당 창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병립형 비례대표도 현실적으로는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한 약속은 파기하는 게 된다. 민주당은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이 포함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이재명 대표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병립형 회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인 이탄희 의원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에 불출마하고, 험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탄희 의원은 "그동안 우리 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동형비례제를 사수해야한다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했다"며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다음 총선에서 저의 용인정 지역구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결단을 위해서라면 그곳이 어디든, 당이 가라 하는 곳으로 가겠다"며 "우리 당이 고전하는 험지 어디든 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이탄희 의원은 "우리는 지난 4년간 국민께 '정치개혁'을 수차례 약속했다"며 "내일(29일) 의원총회에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연동형 비례선거제를 사수하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 길, 그 길은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위대한 결단이자 국민이 선택했던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5명도 같은 날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총선 참여 정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동시에 내야 하고, 지역구 후보 숫자의 20%이상 비율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이탄희 의원도 참여했다.


김상희 의원은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숙원이며 한국 정치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현행 선거제도를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것은 정치개혁의 의지를 우리 스스로 뒤집는 꼴이다.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여 어느 정당도 직접적인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약속과 명분을 지키는 지도자의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제하 글에서 "정치개혁을 약속했는데,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를 놓고 여당과 야합할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며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적었다.


김두관 의원은 이어 "병립형으로 야합하면 우리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고, 무슨 염치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병립형은 소탐대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의원들 간 견해차가 커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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