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 '오일머니' 결국 못 넘었다 [Busan is Ready]


입력 2023.11.29 03:00 수정 2023.11.29 06:56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투표 전 마지막까지 치열한 유치경쟁

사우디 리야드 선정…'대역전' 없었다

한덕수 "국민 기대 미치지 못해 송구"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개최지 선정 투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부산이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한국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사우디에 90표 차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1차 투표 결과 사우디는 119표를 얻어 29표에 그친 부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부산은 예상보다 큰 표 차로 뼈아픈 패배를 당한 셈이 됐다.


격전을 예상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발표장을 빠져나오면서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송구스럽고 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182개국을 다니며 얻은 외교 자산을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어렵게 입을 뗐다.


부산 vs 리야드 '전쟁터' 방불케 했던 현장 분위기
'히잡' 쓴 사우디 관계자 한국 대표단 앞 가로막기도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투표 직전까지 현장은 말 그대로 '치열한 전쟁터'였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둔 28일(현지시각) 오후. 애초 예상보다 최종 PT가 한 시간 가량 늦춰진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게 되면서 한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정부 관계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경쟁했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로비에 들어서는 각국 대표들에게 '인사 선점' 신경전을 벌였다. 히잡을 쓴 사우디 측 젊은 여성들과 남성이 한국 대표단 앞을 가로막아 BIE 회원국 대표단과의 접촉을 방해하는 일도 수시로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한국 대표단과 얘기하는 BIE 회원국 대표들과 접촉해 총회장 밖으로 데려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BIE 회원국 대표단이 오찬을 마치고 총회장으로 다시 들어올 때마다 '부산', '리야드'를 외치며 신경전이 적지 않았다.


한국은 2022년 7월 유치위원회 발족 이래 빠르게 민관 조직을 구성해 영리한 엑스포 유치작전을 벌였다. 지구 495바퀴를 돌며 BIE 회원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호소에 나섰고,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일본의 지지마저 이끌어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도 총력전을 펼쳤다. 개최지 투표가 임박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프랑스로 날아와 '막바지 외교'를 펼쳤지만, BIE는 결국 사우디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사우디 강세 배경에는 '오일머니'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유치전에도 가장 먼저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박람회 회원국을 대상으로 막대한 차관과 개발 원조 기금을 약속했다.


중동의 맹주라는 입지와 든든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사우디는 특히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프리카 회원국 68국 가운데 66국이 사우디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국부 펀드를 앞세운 150억 달러(약 20조원)의 차관(借款) 공약에 포섭됐다는 관측이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