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허가제 개편
내년 단순 노무직 16.5만명 확정
외국인력 노동권 등 파생 문제도 뒤따라
정부가 외국인 단순 노무직(E-9 비자 입국자)을 고용할 수 있는 업종에 인력난이 심한 음식점업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외식업계가 환영의 뜻을 내비친 가운데, 반쪽짜리 확대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음식점 중에서도 중소업체 대상인 데다, 호텔·콘도업계는 보류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0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2024년도 외국인력 도입 운용 계획안’과 ‘고용허가제 신규 업종 추진 방안’을 의결했다. 우선 내년도 전체 E-9 비자 허용 규모를 올해보다 4만5000명 많은 16만5000명으로 확정했다.
특히 음식점의 외국인 단순 노무직 채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음식점에서 외국인력은 조선족 등 재외동포만 취업할 수 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초자치단체 98곳에서 한식당 주방보조 업무에 외국인력을 시범 도입한 뒤 추가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음식점업에선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외국인력 고용이 허용된다. 정부가 이 같은 결단을 한 배경은 인건비 절감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앞서 28개 품목별 담당 사무관을 지정해 물가 대응에 나선 정부가 인건비 부담 해소라는 간접적 물가 안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가격보다 종업원 인건비와 전기·가스·기름 등의 연료비 및 가게 임차료가 외식 가격 인상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임차료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외국 인력 고용 확대로 노선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업계는 잇따라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높은 인건비와 물가상승으로 고통을 받는 외식업 자영업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급식업계가 가장 환호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리오프닝과 외식물가 고공행진 등의 이유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조리실 보조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사업장은 접근성이 떨어져 구인난이 심각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구내식당 규모가 모두 달라 근무 인원 편차가 크지만 통상 조리원 1명이 일 60~70명의 식사 준비에 투입되는 실정”이라며 “업계는 1명당 약 40명의 식사를 보조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급감과 더불어 장기화 된 코로나로 인한 외국인 인력 수급 제약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힘든 일 기피현상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외국인력 고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외국인력의 한식당 주방보조 도입과 관련해서는 100개 지역(서울 25개 자치구 등 기초자치단체 98곳, 세종·제주 등)에서 시범적으로만 허용된다. 경기도는 수원과 성남, 고양시가 대상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업을 7년 이상, 5인 이상 사업장은 5년 꾸렸어야 고용할 수 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은 1명까지, 5인 이상은 최대 2명까지 고용이 가능하다. 송출국 지정, 인력 선발 및 취업 교육기관 지정 등을 거쳐 내년 4월 고용허가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허가제가 중소업체 대상이고 대형업장은 적용이 안 된다. 인원도 제한적이라 여전히 인력난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부에서는 당장 아쉬워하긴 하지만 향후 대형업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파생 문제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금 체불과 최저임금 미지급 등 외국인력의 노동권과 처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이주 노동자를 늘리기만 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추가 근로수당이나 노동 시간 등에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도 고용 허가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 우려된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 없이 정부가 외국인력 유입 처방을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외국 인력 규모는 3년 새 3배나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청년층 취업난에 대한 정책적 대안 없이 외국 인력으로만 빈 일자리를 채우게 된다면 내국인을 뽑을 수 있는 일자리도 외국인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 내 고용의 어려움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된 문제였기 때문에 E-9 인력 고용 허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인력난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외국인 고용이라고 해서 인건비 감소로 이어지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5명 이하 소규모 매장의 경우 인력 관리 측면에서 외국인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보니 영세한 외식업 경우에는 실효성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