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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조속히 재입법해야


입력 2023.12.03 07:07 수정 2023.12.03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팬데믹 이후 기업 경영 환경 급속히 나빠져…한계기업도 증가

방치하면 경제회생에 걸림돌 불보듯

한시법 아닌 상시화해 기업 구조조정 지원해야

국회 본회의장ⓒ뉴시스

국회 정무위에서는 여당 윤창현 의원, 야당 김종민 의원이 각각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쳐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연장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통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본래 이 법률은 2001년에 ‘한시법’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률은 1997년 당시 한국이 외환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야 했던 상황이 벌어졌고, 그 여파로 기업들의 연쇄 부도 상황에서 법원에 의한 획일적인 회생·파산 대신, 시장에 의한 기업의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률은 ‘한시법’이니만큼 원칙으로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법률이긴 하다. 그러나 이 법률은 기업이 파산에 이르기 전 부실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채권단의 자율적 협의를 통해 신속한 정상화를 지원하는 매우 유용한 법률이었다. 물론 이 법률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사적 기업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에 대한 사적 자치 침해, 재산권 침해 및 형평성 부족에 따른 위헌성 논란이 있어 법원행정처는 이 법률의 부정적인 면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팬데믹 이후 기업 경영 환경 급속히 나빠져…신속히 재입법해야

그러나 기업과 채권자 간의 사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구조조정인 워크아웃 절차에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향후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협약에 기초한 효율적 기업구조조정 제도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섯 차례 연장 또는 재입법되었다. 워크아웃 진행 중 기업의 경우 금융채권만 동결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와의 상거래채권·채무는 정상적으로 이행된다는 점에서 해당 산업 또는 경제 내 파급력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채무자 회생법에 의한 회생절차나 금융감독법령에 따른 자율구조조정절차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다.


그래서 기촉법은 지난 20여 년간 5차례 일몰 연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데, 2023년 10월에 이르러 더 이상 연장되지 못하고 종료되고 말았다. 더 이상 이 법률의 존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개선되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팬데믹 사태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기업의 경영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자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증가했고,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3,111개이던 한계기업 수가 2021년 3,572개로 14.8% 증가했다. 은행권이 매년 신용공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 중소기업의 수도 2019년 201곳을 기록한 뒤 2021년 157곳으로 감소했다가 2022년 183곳으로 전년 대비 26개사가 늘어났다. 부실징후기업이 워크아웃을 통한 지원제도의 혜택으로 일시에 파산으로 직행하지 않을 수 있다. 2022년 말 기준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35개사 가운데 중소기업이 29곳, 82%를 차지하며 기촉법이 중소기업의 정상화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임이 증명되고 있다.


일몰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조문 하나만 수정하면 되었는데, 이제 기한을 놓쳐 재입법이 필요하게 됐다. 과거에도 국회가 늑장을 부려 몇 개월 또는 몇 년간 이 법률의 공백상태가 계속되다 뒤늦게 재입법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다만, 재입법이 되지 않은 기간 동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재입법이 언제 될지, 되기는 할지 기업구조조정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불안과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아예 한시법이 아닌 상시화해 안정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김윤경 교수는 작년 “(기촉법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은) 절차의 편의성과 기업의 부실 극복 가능성이 다른 제도로 대체되기 어렵고, 일몰 시점에 재논의가 반복되는 제도적 불안정성으로 기업 구조조정 계획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면서 “통합도산법과의 일원화 논의를 답습하기보단 신속히 제도화(상시화)해야 한다”고 그가 쓴 “한계기업 현황과 기업구조조정 제도 개선방안”(KERI Brief 22-10)에서 밝힌 바 있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 재검토를 거쳐 20년이나 지속된 이 법률을 상시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국회는 지금이라도 도산의 공포 속에 있는 기업들을 방치하지 말고 다른 모든 일정에 앞서 기촉법을 신속히 재입법해야 한다.


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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