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표류하던 법안, 연말 입법 가시화
1기 신도시 노후단지들, 일단 ‘안도’
공사비 급등, 재초환 완화에도 여전히 세부담 커
“두 법안 통과로 재건축 활성화 기대하기 힘들어”
장기간 표류하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법안과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골자로 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의 연내 입법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정비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다만 이들 법안이 국회에 발 묶여 있는 동안 공사비가 워낙 많이 오른 탓에 실질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기는 무리가 있단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3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1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초환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정비사업 추진 시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리고, 안전진단을 요건에 따라 면제·완화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택지조성사업을 마친지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규제 완화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서울 노원구 상계·양천구 목동, 부산 해운대와 대전 둔산 등 지역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우식 1기신도시범재건축연합회장은 “여야, 수도권·비수도권을 막론하고 대승적으로 1기 신도시에 닥친 시급하고 위중한 현안을 깊이 헤아려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상당 기간 지체됐지만 국회 본회의에서도 반드시 통과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재초환법 개정안도 나란히 처리됐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추진에 따른 시세차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재건축 추진의 ‘대못’으로 지적됐었다.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부담금 면제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정부안은 대신 야당이 제시한 8000만원 상향 조정안이 받아들여졌다. 부담금 부과 구간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조정하고 20년 이상 장기 보유시 부담금의 70%를 깎아주기로 했다. 15년 이상 보유할 경우 60%, 10년 이상 보유하면 50%를 각각 감면받을 수 있다.
이미희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공동대표는 “면제 구간이 1억원이 아니라 8000만원 선에서 여야가 합의를 본 데 대해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공사비 증액으로 모든 단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초환 외에도 공사비가 증액되는 만큼 가구당 수천만원,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여전히 상당 부분 조합원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는 부분은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은 고사하고 손해는 안 봐야 하는데 요즘 같아선 공사비 증액 문제로 ‘이럴 줄 알았으면 재건축 첫 삽을 뜨지 않았어야 했다’는 단지들이 상당히 많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데 누가 집을 짓냐. 재초환 완화로 사업에 나서자는 단지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초환 완화가 정비사업 시장에 분명한 호재는 맞지만, 이로 인해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80~90년대 조성된 신도시들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할 정비계획의 큰 밑그림은 그려졌다”며 “다만 정비사업 추진은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미 주택거래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인 겨울 초입에 접어들어 숨을 고르고 있고, 여러 신도시 규모의 대량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데 따른 이주·멸실로 인한 임대차시장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개별단지 정비사업 진행은 일정부분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두 법안 모두 시장 기대가 컸던 만큼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특별법이 적용되더라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나지 않으면 섣불리 재건축에 나서기 힘들고, 재초환이 일부 완화됐지만 재건축 추진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시장 분위기가 두 법안으로 인해 반전되긴 힘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