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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제성에 안전까지…대세가 된 ‘항만 자동화’, 고용 문제는 과제


입력 2023.12.04 11:19 수정 2023.12.04 11:19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유럽·중국 대비 뒤처진 항만 자동화

부산 신항 내년 첫 ‘완전 자동화’ 도입

AI 바탕 작업장 대부분 근로자 無

“사고 위험 낮추고 생산성 높아질 것”

내년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부산 신항 6부두. 이곳은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로 운영하는 항만이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최근 세계 항만 시장은 ‘자동화’ 열풍이 불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항만 자동화를 진행해 왔고, 중국 또한 최근 들어 자동화 수준을 높여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항만 자동화는 물류 선박의 실시간 운항 정보와 이동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선박이 입항하면 항만 내에서 하역, 운송, 보관 및 관리 등 각종 물류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물류 처리 시간은 3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컨테이너를 쌓거나 내릴 때 현장에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 안전사고 문제가 없다. 선사나 항만 운영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근로자 안전 문제에서 큰 이점이 있다.


세계 최고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은 이미 30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항만 자동화를 추진해 왔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무인 자동화 하역 장비를 도입했고, 2018년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항만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이 또한 세계 최초다.


네덜란드 뒤를 잇는 국가는 중국이다. 2014년 상해(상하이)항을 스마트 항만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중국은 2017년 5월 청도항을 완전 자동화 터미널로 탈바꿈시키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초 완전 자동화 터미널인 청도항은 2019년 초고속, 초연결, 초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스마트항만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최근에는 상하이항 역시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향후 처리 물동량을 최대 20배 가까이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완전 자동화 항만인 부산 신항 6부두에 설치된 컨테이너크레인(CC)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내년 3월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 기대↑


한국은 수출입 물류 99.7%가 항만을 통해 이뤄지는 국가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항만 경쟁력이 곧 나라 경제의 흥망성쇠와 직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내년 3월에야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유럽(네덜란드)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시차가 크다. 높은 기초 기술력과 첨단 과학, 초일류 수준의 인터넷 기술을 가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항만 자동화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지난 1일 해양수산부 기자단은 국내 항만 자동화 현장을 살피기 위해 부산 신항으로 향했다. 경상남도 창원시진해구에 자리 잡은 부산항 신항은 현재 크게 6개 부두가 26개 선석(배를 대는 장소)에서 화물을 싣고 내린다.


부산 신항 가운데 현재 일부 자동화 시설을 갖춘 곳은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이 운영하는 3부두(2-1단계)다. 이곳은 세계 최초 수평 자동화 운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첨단 장비를 통해 항만 자동화를 일부 구현했다.


3부두는 컨테이너를 운반할 화물차(트레일러)가 들어오면 무선 주파수 식별기(RFID)를 부착한다. 이를 통해 차량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특히 트레일러가 지정된 위치에 정차하면 무인 야드크레인(ARMGC)이 컨테이너를 차에 옮겨 싣는다. 3부두 42대의 야드크레인이 모두 무인 자동화로 움직여 ‘반자동 항만’으로 불린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100% 자동으로 움직이는 야드트랙터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HJNC 관계자에 따르면 야드크레인 자동화 도입 후 작업 효율성 증가는 물론 항만 근로자 안전사고가 현격히 줄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한다.


3부두를 둘러본 취재진은 내년 3월 개장 예정인 6부두(2-5단계)로 이동했다. 6부두는 동원글로벌터미널(DGT)이 부산항만공사(BPA)로부터 임대해 내년 3월 개장할 예정이다.


부산 신항 6부두는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불린다. 무인 원격 컨테이너크레인(CC)과 자동이송장비(AGV)를 도입해 선박 접안부터 항만 출입까지 모든 영역(선석-이송-장치장)에서 사람 없이 운영한다.


현재 원격으로 조종하는 CC 9기를 부산항만공사에서 구축한 상태다. DGT에서 추가로 3대의 CC를 도입할 예정이다.


6부두 완전 자동화의 핵심은 AGV다. AGV는 기존 항만에서 운영하던 야드 트랙터를 대체해 CC와 트랜스퍼 크레인(TC) 사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역할을 한다. 현대로템과 네덜란드 모빌리티 제조사 VDL이 합작해 만든 AGV는 평소에는 시속 12㎞로 움직이며, 최대 시속 21㎞까지 달릴 수 있다.


전기로 작동하는 AGV는 항만 바닥에 심어둔 센서 수만 개를 기반으로 위치를 잡아 스스로 움직인다. 전력이 부족하면 로봇청소기처럼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충전한다. 40분 정도면 80%까지 충전하며, 8시간(대기시간 포함 15시간) 일할 수 있다. DGT는 6부두에서 총 60기의 AGV를 운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42대를 준비한 상태다.


DGT 관계자가 부산 신항 6부두에서 원격으로 컨테이너크레인을 조정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자동화로 줄어들 일자리 문제 해법 중요


완전 자동화 항만 장점은 결국 사람이 갖는 부정확성 또는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DGT 관계자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당시 미국 롱비치항 부두는 항만 근로자들의 집단 감염으로 인해 수입 화물을 부두에 내리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곳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DGT는 반자동 항만 대비 20~30% 정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항만 내 안전사고 문제와 안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자동화 항만이라고 해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모든 과정이 100% 자동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CC가 배에서 컨테이너를 집어 올리고 내릴 때 컨테이너를 결속하는 장치(콘)를 끼우고 빼는 일은 사람이 한다. 컨테이너를 최초로 집는 순간도 사람이 원격조정한다.


DGT 관계자는 “완전 자동화로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안전사고가 크게 줄어들고, 사람에 실력에 따른 편차 없이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GDT는 6부두에 투자한 비용을 모두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8년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항만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이다. 부산 신항 6부두 경우 기존 항만에서 이전하면서 종전 항만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고용 승계 문제가 남아 있다.


DGT는 6부두 가동을 시작할 경우 CC 9대를 돌리는 인력만 하더라도 16명에서 10명으로 줄게 된다. 이 때문에 DGT는 6부두 이전을 계획할 당시부터 고용 승계 문제를 고민했다.


부산 신항 6부두에 설치한 컨테이너 크레인과 야드트랙터, 트랜스퍼 크레인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DGT 관계자는 “자동화라는 게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다 보니 완전 자동화는 고용 승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노조와 고용 승계를 논의하면서 이전을 추진해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없이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DGT 노동조합 관계자는 관련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노조측 관계자는 DGT를 통해 “아직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 언론에 어떤 의견을 밝히는 건 맞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DGT 사례에서 보듯 고용 승계 문제 해법은 고용주와 노동자 간 생산성 향상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고용영향평가사업’의 하나로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스마트항만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스마트항만 구축은 인력 감축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노사 갈등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해수부에 따르면 운영사가 비자동화 터미널에서 완전 자동화 터미널로 바뀌게 되면 약 70~80% 수준의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직무 전환 교육과 전환배치 지원을 통해 고용 감소 폭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협력은 항구에서 화물 인도에 대한 논의를 촉진할 수 있는 고용주, 노동자 및 정부 대표 간의 의미 있는 사회적 대화를 의미한다”며 “이러한 사회적 대화는 산업 합병이나 선박의 대형화 같은 스마트화와 관련성이 큰 주제, 항만 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로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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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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