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4대 은행 CD 자금만 50조…고금리 예·적금 '방어막'


입력 2023.12.06 06:00 수정 2023.12.06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 들어서만 11조 가까이 늘어

규제 이슈 등 유동성 확보 수요↑

대출 이자까지 '불똥' 튈까 우려도

은행 자금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끌어 모은 돈이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여 전 유치한 고금리 예금과 적금들이 대거 만기를 맞으며 자금 수혈의 필요성이 커진 데다, 정상화 수순에 들어간 유동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도 CD를 둘러싼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은행들의 과도한 CD 발행은 대출 이자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CD를 통해 조달한 원화 자금 평균 잔액은 총 48조679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9.1%(10조9647억원) 늘었다.


은행에게 CD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다.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해 발행하는 무기명예금증서로 금융 시장에서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단기간에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도 필요 시 매매해 현금화할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CD 조달 자금이 17조835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2.6%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10조6948억원으로, 국민은행도 9조3235억원으로 각각 103.2%와 69.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신한은행의 CD 조달 자금만 10조8254억원으로 29.0% 줄었다.


4대 은행 양동성예금증서(CD) 평균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들이 이처럼 CD 발행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 이맘때 불었던 유동성 확보 경쟁의 후폭풍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갑작스런 고금리로 인해 금융사들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고, 은행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쟁적으로 높은 이자율의 예·적금 상품을 내놨다. 그런데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해당 상품들의 만기가 다가오자, 또 다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정기예금에서 1년 안에 만기를 맞는 잔액 규모는 한 해 동안에만 165조원 넘게 불어나며 100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9개 전체 은행들의 잔존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총 1030조54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165조8770억원) 늘었다.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도 CD 발행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안정성이 높은 자금 조달원인 CD가 많을수록 LCR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LCR은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끌어올리고자 도입된 제도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00%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이같은 제한이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규제가 완화돼 왔다.


금융당국은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는 은행권에 대한 LCR 95% 준수를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다시 100%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의 규제 비율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CD 발행이 몰리면서 관련 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CD 금리가 상승할수록 대출 금리도 오르는 구조여서다. 은행권은 단기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산정할 때 CD 금리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대출 이자율도 CD 금리를 지표로 활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CD 금리는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은행권의 발행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 언제든 CD 금리 반등 가능성이 있고, 이는 대출 차주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수급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