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 대금 9~10조
증시 주도주 부재에 단타 투자자 대거 등장
삼성·신한·토스 ‘전진’…교보·이베스트 ‘부진’
올 한 해 뚜렷한 주도주 없이 각종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이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초전도체·맥신·정치 등 다양한 테마주가 끊임 없이 등장해 거래대금이 장기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증권사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9조6291억원, 10조623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의 경우 지난해 평균 일평균 거래대금보다 6.9% 증가, 테마주 대부분이 포진한 코스닥은 무려 45.8% 급증했다.
특히 지난 4월과 7월, 10월에는 에코프로그룹주를 비롯한 각종 테마주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돌파했다.
거래대금의 증가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함께 늘어난 상황이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증권사가 고객의 요청으로 매매를 체결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실제로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브로커리지 수익은 4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383억원) 대비 약 11% 늘어났다.
브로커리지 수익 증대 속 증권사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올 들어 3분기 누적 기준 브로커리지 수익이 많은 증권사 10곳(키움·미래에셋·삼성·KB·NH·신한·한국투자·대신·유안타·하나) 중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순위가 뒤바뀐 증권사는 4곳이나 된다.
지난해 브로커리지 누적 수익 4위였던 삼성증권은 21.9%(3365억원→4102억원)의 증가율을 보이며 3위에 올라섰다. 삼성증권에 자리를 내준 KB증권은 역시 19.3%(3387억원→4041억원)로 높게 나타났으나 삼성증권의 상승 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중위권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신한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년 동기(2444억원) 대비 23.6% 치솟아 3021억원을 기록한 반면 9% 상승에 그친 한국투자증권(2859억원)은 서로 6위와 7위 자리를 바꿨다.
가장 높은 증가율로 단숨에 여러 증권사를 제친 곳도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20억원이었으나 올 3분기 643억원을 달성하며 100.6% 급증했다. 이 결과 26위였던 토스증권은 15위로 올라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교보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수익이 9%가량 떨어졌다. 교보증권은 9.2%(1021억원→927억원) 감소해 모건스탠리증권에 12위 자리를 내주며 13위로 낮아졌다. 같은기간 이베스트투자증권은 676억원에서 612억원으로 약 9.5% 감소했지만 순위는 16위를 유지했다.
각 증권사마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개인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리뉴얼 ▲각종 투자 이벤트 진행 ▲신규 서비스 개설 ▲자산관리(WM) 영업 강화 ▲유튜브 활성화 등 마케팅 전략을 다르게 구사한 결과 브로커리지 수익 순위 지각변동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거래대금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점, 주도주 부재로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테마주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권사 실적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마주 대열에 합류하려는 투자자와 함께 거래대금이 증가하자 브로커리지 수익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됐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은 현 수준보다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도 “향후 증권사 실적 회복의 기폭제는 증시 거래대금 증가세가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투심이 회복된다면 증시 거래대금 증가 및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