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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빚 없는 젊은 정치로 새 시대 이끌 장기플랜 만들어야"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입력 2023.12.14 01:00 수정 2023.12.14 11:1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 인터뷰

내년 총선서 험지 '동대문갑' 출마

"효용 높일 대화의 정치 복원돼야"

"86세대 용퇴해 새 국회 만들어야"

여명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여명 캠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서른두 번째 순서로 여명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만났다.


여명 전 행정관은 여태 보수정당에선 보기 힘든 색채를 지닌 정치인이다. 1991년에 태어나 이제 32살인 점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도 보수정당에 많지 않았던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그런 만큼 여 전 행정관은 어딜 가든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특히 역사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나라의 역사를 바꾸는 기회의 평등을 이룰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단 마음을 갖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다 대학생 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문화·언론·시민사회·노동 권력이 모두 386세대에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통일이고 기회의 평등이 다 요원해 보였다"며 "그러던 차에 학교에서 미국정치사를 공부하면서 1960년대 미국 좌파가 득세해서 침체일로에 있을 때 깃발을 들어 나라를 바꿨던 게 대학생들이라는 점에 눈이 갔다"고 회상했다.


여 전 행정관은 "그래서 한 번 나라를 바꿔보자 해서 한국대학생포럼에 들어가 86세대에 점령당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이어 자유경제원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는데 탄핵 정국이 들이닥쳤다"며 "그 때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보단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 문재인정권이 들어설 게 불 보듯 뻔했다는 게 걱정됐다. 그래서 정치라는 꿈을 포기하고라도 탄핵 반대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청년 정체성을 앞세워서 마이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여명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여명 전 행정관 페이스북

이 같은 여명 전 행정관의 활약은 범보수 진영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입당 제의를 받아 20대 말에 당적을 갖고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에 참여한 여 전 행정관은 이후 서울시의원을 거쳐 대통령실까지 들어가게 됐다.


이런 경력을 지닌 여 전 행정관이 보기에도 이번 21대 국회는 너무 기형적이었다. 그는 "21대는 국회 주류 세력이자 민주주의의 이름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역대급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회였다"며 "지난해부턴 여당이 됐음에도 국민의힘은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싸우지 않는 정당이 됐다. 당이 싸우지 않으니까 매번 민주당이 끌고 가는 이슈에 대통령실이 나서 싸우고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여 전 행정관은 "그러다보니 시행령을 통해 우리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을 향한 정치를 조금이라도 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싸우지 않는다. 같이 싸워주면서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쌓아야 하는데 '싸워봤자 뭐하느냐'는 얘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답답했다"며 "특히 민주당의 호남 텃밭 정치인들은 중앙정치를 열심히 한다. 하지만 우리 당은 아니다. 양당 이슈가 첨예한 것들은 강남 3구나 TK·PK 기반 의원들이 앞장서서 싸워줘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결국 싸우지 않는 국회였기 때문에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꽉 막힌 국회 판도를 풀어내기 위해 여 전 행정관은 스스로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곁에서 본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 보는 유형의 보수리더였다. 좌파식 포퓰리즘에 절대 타협하지 않고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고 '맞는 것을 맞는다'고 말하는 분"이라며 "결단하는 리더이자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정부가 성공한다면 보수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나 같은 청년 정치인이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여명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여명 전 행정관 페이스북

여명 전 행정관이 출사표를 던진 곳은 서울 동대문갑이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지낸 동대문갑은 보수 정당에는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여 전 행정관이 동대문갑을 선택한 이유는 민주당이 집권했음에도 발전이 정체된 지역을 장기적인 플랜으로 바꿔보고 싶어서다.


그는 동대문을 선택한 이유로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특혜를 받은 사람으로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를 탈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또 그게 여명답다고 느껴졌다"며 "또 동대문은 지역 특성상 OB(올드보이) 정치인들이 주로 도전하는 곳이다. 서울에서 20대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사실과는 맞지 않는 정치적 현실이다. 20대 비율이 높은만큼 대통령실에서 청년 과업을 담당했던 행정관인 내가 스윙보터인 20대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지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 전 행정관은 지역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담긴 정책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동대문갑은 서울 전 지역에서 2030이 가장 많은 젊은 지역이지만 동시에 이탈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대학을 다니고 일할 곳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청년의 시각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이과 통합형 AI 연구 랩(Lab)단지를 크게 조성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발전시키는 등 지금 청년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의 요충지인 동대문이지만 민주당이 집권하는 동안 청량리 광역 환승센터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금도 청량리역 앞에서 어르신·젊은이 할 것 없이 집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청량리역 실생활권에 속하는 분들에겐 교통의 요충지가 아니라 교통의 고충지처럼 된 상황이다. 이런 부분도 함께 해결해나가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여 전 행정관의 경력 중 특이한 부분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윤석열 대통령과의 동시에 접점이 있다는 것이다. 홍 시장과 윤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벌인 바 있는데 여 전 행정관은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이어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여 전 행정관은 그 인연으로 대통령실까지 들어가게 됐다.


그는 "홍 시장과 윤 대통령은 서로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하다. 자신의 원칙을 바꾸지 않고, 여태 살아온 이력으로 그것을 증명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며 "또 기성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솔직한 모습과 쇼하지 않는 모습을 국민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닮고 싶은 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여 전 행정관은 "결국 여야가 대화하지 않고 싸우기만 할수록 피해는 국민이 본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실질적 양당제에선 유권자들이 함께 지는 것"이라며 "25%의 양당 강성 지지층 빼고 중도에 위치한 국민들의 정치적 효용을 높이기 위해선 대화의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기존 정치권에 빚이 없는 신진 정치 세력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와 편견 없는 입장으로 협의정치를 복원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막는 86세대들은 모두 용퇴해야 한다"며 "적어도 50대 50은 되는 격전지에 3040 청년들을 전면배치해서 공감할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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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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