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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부터 타이어까지…현대차그룹, 혁신에 디테일을 더하다


입력 2023.12.17 06:00 수정 2023.12.17 06:0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셀프힐링, 유니휠, 체인 일체형 타이어 등 차별화된 기술 선보여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공개한 신기술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니버설 휠 시스템, 체인 일체형 타이어, 고분자 나노기술 이미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관통하는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자동차 본연의 가치를 높여주는 디테일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오랜 기간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상대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린 완성차 업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차 시대에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들어 나노 고분자기술을 적용한 ‘셀프힐링’, 구동부품을 바퀴에 내장한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유니휠)’, 타이어에 스노우 체인을 내장한 ‘스노우 체인 일체형 타이어 기술’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 ⓒ현대자동차그룹

이들 중 업계의 관심을 끈 것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유니휠이다. 동력시스템이 내연기관+변속기어 조합에서 전기모터+감속기로 전환되며 구현 가능해진 기술이자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을 목적기반모빌리티(PBV)의 실내 공간 극대화를 가능케 해주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다.


기존 전기차의 구동 시스템은 구동모터의 동력이 감속기를 거쳐 드라이브 샤프트, CV(Constant Velocity, 등속) 조인트를 통해 바퀴로 전달되는 구조다. 이 구조는 내연기관에 비해 실내공간 확보에 유리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구동시스템이 일정한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기존 전기차의 공간 구성(왼쪽)과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한 공간 구성 ⓒ현대자동차그룹

유니휠은 이런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감속기와 드라이브 샤프트, CV 조인트의 기능을 모두 휠 안에 넣고, 구동모터를 각 휠 가까이에 배치해 구동계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PBV와 같은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된 미래 모빌리티를 실현할 수 있다.


모터 중심축과 휠 중심축이 일치하지 않아도 주행할 수 있는 유니휠의 구조적 특성을 활용하면 노면이나 주행 상황에 맞게 최저 지상고를 조절해 주행 안전성 및 효율 개선을 꾀할 수 있다.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자동차의 공간활용 예시. ⓒ현대자동차그룹

또, 유니휠은 모듈화 설계를 통해 4인치부터 25인치 이상의 휠까지 적용할 수 있다. 덕분에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은 물론 배송 로봇이나 전동 휠체어 등의 소형 모빌리티에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자유롭게 최저 지상고 조절이 가능한 특성을 활용하면 계단을 에스컬레이터처럼 부드럽게 오르는 모빌리티도 만들 수 있다. 소형 모빌리티의 이동성 증대는 물론 이동 약자를 돕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동차 범퍼에 흠집이 난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지난 7월 공개된 ‘셀프 힐링’ 기술도 앞으로 상용화될 경우 소비자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시 현대차는 고분자 나노 기술의 다양한 적용 분야를 보여줬지만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손상 부위의 자가 치유를 가능케 하는 셀프힐링 기술이었다.


기존에도 셀프 힐링 기술이 상용화된 적은 있다. 촉진제를 통해 차체 차량 표면의 절단 및 스크레치를 회복하는 기술이다. 회복을 위한 촉진제가 코팅 내부의 캡슐 또는 혈관형 방식으로 내재돼 있다가 해당 부위가 파손되면 촉진제가 흘러나와 상처를 수복하는 방식이다. 촉진제가 소모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사실상 일회성 기능이다.


현대차그룹의 셀프힐링은 이와는 다른 가역적 반응을 이용한 기술이다. 코팅층에 함유된 고분자는 맞닿아 있다가 코팅층에 상처가 나면 서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분열된 고분자가 이황화 결합 반응에 따라 맞닿아 있는 상태로 돌아가려는 가역적 반응이 일어난다. 촉진제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 고분자의 화학적 반응을 응용하기에 기존의 셀프힐링과는 달리 여러 차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셀프힐링 기술이 외부에서 열을 가해야만 구현됐던 반면, 현대차그룹의 고분자 코팅 방식 셀프힐링은 상온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한층 높여준다.


셀프힐링 기술방식 비교. ⓒ현대자동차그룹

셀프힐링 기술은 흔히 외관의 흠집을 자가복원하는 기능, 즉 미관 측면에서 주목을 받지만, 더 큰 가치는 정밀 부품의 내구성 보장을 통한 안전 확보에 있다.


자율주행, 전동화 차량에서 핵심 부품에 발생한 미세한 상처나 마모는 치명적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카메라와 센서 등은 충격 및 파손에 예민한 부품들로 작은 상처도 오작동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안전 사양인 차량의 카메라 렌즈, 라이다, 고전압 전식 보호 코팅 등에 고분자 코팅 방식 셀프힐링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며, 이후 자동차 도장면의 클리어코트, 외장 그릴 등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스노우 체인 일체형 타이어 기술 작동 방식. ⓒ현대자동차그룹

최근에는 당장 내연기관을 비롯한 기존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도 내놨다. 지난 11일 공개한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스노우 체인 일체형 타이어 기술이다.


이 기술은 형상기억합금으로 이뤄진 모듈이 평상시에는 휠과 타이어 내부에 숨어 있다가 전기적 신호를 받으면 타이어 바깥으로 돌출되며 스노우 체인의 역할을 하는 원리다.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차가 알아서 스노우 체인을 장착, 해체해 줌으로써 눈이 올 때마다 직접 휠과 타이어에 체인을 걸거나 걷어내는 번거로움에서 운전자를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스노우 체인 일체형 타이어 기술은 휠과 타이어에 피자를 조각 낸 모양과 같이 일정 간격으로 홈을 만들고 그 안에 형상기억합금으로 제작된 모듈을 하나씩 넣은 구조다.


이 기술은 형상기억합금에 전류를 가하면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특성을 이용했다. 휠 안쪽에 위치한 형상기억합금은 일반 주행 시 용수철의 힘에 눌려 알파벳 ‘L’ 모양을 하고 있다가 운전자가 기능을 활성화하면 전류가 가해지면서 형상기억합금이 원래 모양인 알파벳 ‘J’ 모양으로 변하면서 타이어 밖으로 모듈을 밀어내게 된다.


스노우 체인 일체형 타이어 부품 구성. ⓒ현대자동차그룹

이 기술은 구성이 간결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용화에 유리하다. 전기모터와 배선, 각종 센서 등 복잡한 장치가 필요한 일반적인 가변 시스템과 달리 스노우 체인 일체형 타이어는 일반적인 타이어에 보호 커버, 형상기억합금, 체인 스트랩, 중공 슬립 링, 체인 스트랩 고정 링 등을 추가한 구성이다.


현대차그룹은 관련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 각각 출원했으며, 기술 개발 고도화 및 내구성·성능 테스트를 거쳐 양산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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