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3분기까지 349억 공급
연간 목표 지원액 500억 달성 전망
법인회생·파산 전년比 60% 급증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회생기업 대상 DIP금융 지원 규모가 올해 들어서만 300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벌써 지난해 전체 규모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코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 자금난에 빠진 부실기업들을 돕는 '소방수' 역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지원의 이면에는 경제의 한 축인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만큼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가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회생기업에 공급한 DIP금융 규모는 3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의 91.1%에 달하는 수준으로, 4분기 지원액을 분기 평균(116억원)으로 단순 대입해 계산하면 올해 목표치(500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DIP금융은 중소·회생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운전자금을 지원해 경영 정상화를 돕는 제도다. 앞서 캠코는 지난 2019년부터 DIP금융을 전담하는 특수목적법인 캠코기업지원금융을 설립해 회생기업 한 곳당 20억원 한도로 자금을 지원해왔으며, 사업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캠코의 DIP금융 지원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20억원 ▲2020년 346억원 ▲2021년 350억원 ▲2022년 383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부실기업 입장에서는 DIP금융을 통해 최대 5년간 저금리로 운전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캠코의 DIP금융 지원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금리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속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지원책이 종료되면서 부실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 1월까지 열 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지난 2월 이후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 자금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4.9%나 증가했다.
더 이상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파산한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회생·파산 사건은 각각 1160건, 121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63.6%, 60.8% 급증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시중은행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돼 일종의 낙인이 찍히면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DIP금융은 예산 자체가 그런 회사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편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원리금이 탕감돼 부채비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회사가 기술력이 갖췄고, 공장 등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생절차로 빚까지 털어낸 상태인데,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으니까 DIP금융이 만들어졌고, 그런 상태의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에 투자 효과도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