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현역 100여명 '이낙연 신당 반대' 연서명
친명 원외·광주전남 출마 예정자들도 "반란행위"
전방위적 압박에 "오히려 탈당 자극" 우려 목소리도
일각선 "이재명, 분열 과정 수수방관 말고 만나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의지를 굳혀가면서, 이 전 대표 행보의 동력을 약화하기 위한 민주당 내 움직임이 부산한 모습이다. 당 소속 의원 100여명이 연판장을 돌리는 등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이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합'이 필수인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단일대오를 깨는 해당 행위라는 주장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득구·강준현·이소영 의원 등이 주도한 이 전 대표 탈당 및 신당 창당 반대 연서명은 이날까지 100여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서명에서 "이 전 대표가 있을 곳은 이 전 대표를 키워준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명을 더 모은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에게 창당을 포기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자신의 역사와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선후배, 동지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고 있다"고 이 전 대표를 비난했다.
혁신회의는 "이 전 대표는 정치 양극화를 신당 창당 이유로 꼽지만, 그 책임은 제1야당 대표를 중범죄자 취급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물어야 한다"며 "명분 없는 창당은 이 전 대표의 헛된 정치적 욕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광주·전남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민주당 인사들도 이날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당 창당 추진은 한 개인의 사욕으로 국민적 염원인 윤석열 검사독재 종식의 희망을 꺾는 정치적 반란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민주당에서 수십년간 따뜻한 아랫목은 다 차지하며 온갖 호사를 누렸던 분이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정신과 대의명분을 저버린 채 자신의 사익을 좇아 신당 창당을 하겠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서울 종로구 출마를 준비하는 이광재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총선에서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싸우고 승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신당 얘기를 하니 너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전날에는 친문(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신당 창당을 만류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당 안의 분열은 물론 당 밖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라며 "이 전 대표께서 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민주당 안에서 역할을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더 이상 신당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당내의 이 같은 분위기에도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전날 한 방송에서 "민주당이 획기적인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연서명과 같은 압박이 오히려 이 전 대표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 신당 추진 호소문 서명을 두고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그만해라' 하는 것은 거칠다"며 "나가라는 것밖에 더 되나"라고 반문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특집 KBS 1라디오 오늘'에서 "(연서명이) 그게 과연 설득의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 (생각해보면), 아니라고 본다"며 "이낙연 전 대표를 당 밖으로 밀어내는 효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물밑에서 설득하고, (설득이) 안된다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물밑에서 (작업하는) 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는 '통합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분열의 상징이 될 신당 추진을 비판하지만, 분열의 과정을 손 놓고 지켜만 보는 지도부의 수수방관 태도도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고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4인도 당장 만나라"라며 "이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의 목소리를 분열의 틀로만 보지 말고 총선 승리를 향한 걱정의 관점에서 바라봐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