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최태원 "지역소멸 해결 열쇠는 기업…메가샌드박스 도입해야"


입력 2023.12.18 18:42 수정 2023.12.18 18:4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대한상의-행안부 '2023 지역경제포럼' 개최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경제, 정부와 기업의 역할' 주제 논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으소 회장이 18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대한상의와 행정안전부 공동 주최로 열린 ‘2023 지역경제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할 핵심 주체로 ‘기업’을 지목하고, 기업의 지역 투자에 필요한 정책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메가샌드박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회장은 18일 서울대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대한상의와 행정안전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경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2023 지역경제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사말에서 최 회장은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지역 경기가 어렵고 청년이 빠져나가서 일할 사람도 없으며, 도시가 공동화되거나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얘기한다”면서 “이미 많은 상공인들이 지역 소멸의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기업인의 입장에서 지역소멸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역에 성장하는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게 되면 사람들이 모이고 또 삶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이날 행사가 진행된 시흥시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시와 산업단지가 처음 생긴 것은 1990년대 초였지만 그때는 인구 10만도 안 되는 소도시였는데, 지금은 수많은 기업들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면서 지금은 인구 50만의 대도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방향·방법·생각’의 3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기존의 톱다운(top-down)식 정책을 민간이 논의를 주도하는 보텀업(bottom-up)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대한상의에서 기업 주도로 학계와 정부 등이 모여 논의하는 지역 플랫폼을 만들 계획인데,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끊임없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다 보면 훨씬 더 나은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중앙 중심의 일률적 방식을 탈피해서 지자체의 차별적인 제도를 만들고 경쟁을 촉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기존의 상황별, 사안별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지원 정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려면 케미가 맞아야 한다. 문화, 주거공간, 교육, 의료, 산업이 모두 맞아야만 케미가 제대로 맞아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투자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한 묶음으로 제공해서 시너지를 내는 ‘메가샌드박스’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상당히 큰 지역을 대상으로 그 안에 필요한 것을 한꺼번에 묶음으로 만들어내는 메가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기존 수도권에 밀집된 기업들을 텅 빈 지역으로 옮기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수도권이) 비어 있다는 생각보다는 공간이 많다는 시각으로, 이 공간을 원래 있던 것으로 옮겨서 담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새롭게 채워 넣을지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최 회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글로벌 컨설팅사, 국책연구원, 학계 등 지역경제 전문가, 지역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 기업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지방정부 스스로가 지역 고유의 가치를 활용한 발전기반을 토대로 지역의 일원인 기업, 대학과 협력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도 지역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지역 주도의 발전전략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김정열 파트너, 경기연구원 김은경 선임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엄미정 선임연구위원 등 지역정책과 인력 분야 전문가 3인의 발제로 시작됐다.


첫 발표를 맡은 김정열 파트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술변화에 따른 미래 정부의 역할을 공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지역 인프라를 만들고 ▲기업은 지역의 차별적 컨텐츠 및 서비스를 발굴하며 ▲지역 단위에 국한하지 않고 각 지역을 선과 면으로 연결한 전략을 수립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등의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수도권과 지방 간 윈윈 해법과 협력방안’을 발표한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과 지방의 공간 불균형은 시장원리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수도권-지방 기업간에 R&D 등 협력생태계를 구축할 시 파격적인 인센티브 부여하는 정책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엄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지역경제 핵심 key-인재양성’이라는 주제로 “인재를 ‘육성’하는 개념을 넘어 어떻게 활용할지 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교육 과정부터 기업계약학과 등 기업의 적극적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박주석 마팔하이테코 대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정성훈 한국지리학회 회장 겸 강원대 교수,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총괄대표의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과거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 기업이 체감하는 정책효과 및 개선과제, 지역 인재 양성과 취업간의 선순환 관계 구축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며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책 분야와 민간 분야 모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성훈 한국지리학회 회장은 “지역에 투자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의 공공주도 접근, 분절화된 지원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며 “규제, 세제, 정주여건 등 모든 분야의 인센티브 제공하는 파격적 정책실험을 통해 민간에서 사업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흥에 위치한 절삭공구 전문기업인 마팔하이테코 박주석 대표는 토론에서 “기술기반 회사라 엔지니어가 꼭 필요한데 IMF 이후 제조업 숙련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애로”라며 “인력 확보를 위해 마이스터고와 MOU를 체결하고 학기 중에 기업현장의 제조기술을 익히게 한 후 독일연수를 거쳐 채용함으로써 바로 현장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