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가계대출 발목 잡는 정책금융…이달도 보름새 2조↑


입력 2023.12.19 13:20 수정 2023.12.19 13:22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주담대만 1조4000억 늘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영향 커

내년도 50조 정책자금 대기

서울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안내문 ⓒ 연합뉴스

은행권 가계대출이 8개월 연속 증가하며 좀처럽 잡히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관리에 매달리고 있지만, 가계부채 잔액은 역대 최대치를 찍었고 연체율도 올라가는 중이다. 이달에도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책금융 엇박자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6729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2873억원 증가했다. 11월 가계대출은 4조3737억원 늘었는데, 이달도 보름만에 2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1조4108억원 늘어난 527조6331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지난달(4조9959억원)보다 줄었지만, 실수요 위주의 대출이 지속되는 중이다. 특례보금자리론・디딤돌 등의 정책자금과 집단대출이 주담대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책자금은 가계대출 증가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말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약 1092조원으로 이 중 주담대가 845조3000억원이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 늘었으며, 같은 기간 주담대도 5조8000억원 증가했다.


6조원에 육박하는 주담대 증가폭 중 정책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7%(4조6000억원)였다. 은행 자체 주담대는 1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정책자금으로는 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버팀목대출이 있다. 디딤돌, 버팀목 대출은 신혼부부나 청년층이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대출 상품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1월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해 왔다. 소득 제한 없이 3~4%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지만, 가계부채의 '원흉'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지난 9월 자격 요건이 강화됐다. 당초 40조원 규모로 계획됐지만 11월까지 유효 신청 금액이 4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65%가 신규주택 구입으로 사용되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일조했다. 내년 1월 판매가 종료될 예정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5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대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 부터 20조~30조 규모의 '청년 주택드림대출' 등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는 내년 1월부터 2년 이내 아이를 낳은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공급할 방침이다. 자산 5억600만원 이하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면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또한 내년 2월에는 청년주택드림 청약 통장이 출시된다. 해당 통장에 1년 이상 가입, 1000만원 이상 납입한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이 대상으로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특정 연령층의 주거 안정 확대를 위한 정책이라는 입장이지만, 자금력이 약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영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앞서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도입 관련 "정부가 필요한 정책 추진은 해나가야겠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는 GDP 대비 가계빚 비율을 100%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다. 당장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가계대출에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할 계획이다.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축소,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달 말 세부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고점에서도 디레버리징 효과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는데 내년 금리 인하기에 돌입한다”며 "가계부채 증가폭이 주춤하고 있지만, 수십조원의 공급이 예상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