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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남편 생각날 때 마다 조금씩 모았다"…소방관들 울린 익명의 손편지


입력 2023.12.26 09:26 수정 2023.12.26 09:2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기부자, 광주소방서에 음료 50잔 든 선물박스 배달…현금 200만원 및 손편지 동봉

기부자 남편, 지난해 12월 직장서 쓰러져…구급대원 응급처치 받으며 이송됐지만 숨져

광주소방서, 청탁금지법 위반돼 기부금 반환…남편 이름으로 불우이웃에 기부하기로

ⓒ연합뉴스

지병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난 남편의 기일을 맞아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에게 기부금과 손편지를 전달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6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에 와플 등 간식과 음료 50잔이 든 선물 박스가 배달됐다. 익명으로 보내진 박스에는 간식, 음료 외에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와 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기부자는 편지에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대원님들께서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눈 내리던 그날 추위도 잊고 어떻게해서든 차위에서 빨리 구조해주시려고 노력하시고, 조금이라도 더 응급조치 해주시려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제 같이 생생한데 일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저의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이라며 "이날이 오는게 힘들고 두렵고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 년이 지난 오늘은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인데 이날이 오는 게 무서워서 남편이 아이를 위해 생일선물 준다고 생각하고 남편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며 "아이에게 아빠 이름으로 뭔가를 사주는 것도 좋지만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인사드리는 게 남편도 '우리 아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경기 광주소방서로 배달된 음료ⓒ연합뉴스

기부자는 "없는 살림에 모은 돈이라 감사한 마음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부디 부담 없이 편히 받아주시고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해달라"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광주소방서는 소방재난본부에 선물상자 배달 사실을 보고한 뒤 기부자를 찾아나섰다. 청탁금지법에 의해 현금 등을 받을 수가 없어서다.


기부자는 30대 여성 A씨로 확인됐다. 그는 돌려받은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남편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남편은 지난해 12월 15일 직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병을 앓던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소방 관계자는 "출동 중에 사망자가 나오면 유족으로부터 원망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은 선물과 함께 진심 어린 편지까지 써주셔서 직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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