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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국을 고발"…국가의 인권 유린·탄압에 저항하는 사람들[ D:영화 뷰]


입력 2024.01.01 08:15 수정 2024.01.01 08:1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비욘드 유토피아' 제96회 오스카, 장편 다큐 부문 숏리스트 올라

'노 베어스'와 '비욘드 유토피아'는 국가의 억압을 조명해 세계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국가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부터 창의를 어떻게 방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며 화두를 던진다.


2024년 1월 국내 개봉을 앞둔 '노 베어스'는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니피 감독의 작품으로, 2022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노 베어스'가 전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2010년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정부 반체제 활동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20년간 출국 금지, 영화 제작 금지를 선고 받았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국경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있다.


'노 베어스' 베네치아 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현장에서는 심사위원단장인 배우 줄리안 무어 등과 레드 카펫을 걸으며 감독의 석방을 요구하는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자파르 피나히 감독은 '닫힌 커튼', '택시', '3개의 얼굴들', '숨겨진', '끝없는 폭풍의 해', '커즈 니스트'에 이어 '노 베어스'까지 현재 이란에서 자유가 거세 당한 채 영화를 만들어가는 행위와 한계, 이란 사회의 탄압과 모순을 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작품에 파나히라는 캐릭터로 참여해 영화의 내러티브를 강화하는데, '노 베어스' 역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영화 속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설정의 셀프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다.


'노 베어스'는 출국 금지로 촬영 현장에 갈 수 없는 감독이 국경 마을에 머물며 원격으로 촬영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이란 전역을 지배하고 있는 여성 혐오와 종교적 근본주의, 즉 현재 이란을 사로잡고 있는 폭력의 불안이 초래한 문제를 표적으로 삼았다.


이란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터키 마을의 한 부부가 여권을 위조해 조국을 떠나 서유럽으로 떠나려는 계획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위조 여권이 한 장 밖에 없어 난관에 부딪치는데 이 때 누군가가 '컷'을 외치며, 이는 영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라는 것을 알린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는 허구의 드라마는, 현재 감독의 삶과 점점 유사해진다. 영화의 제목은 마을 밖에 곰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사람들이 멀리 떠나는 것을 막는 지역 미신이다. 위협과 폭력의 현실이 곰이 돼 마을을 부유하고 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영화에 자신의 삶을 연루시키는 동시에 영화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도구가 되지만,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며 자신을 포함한 창작자들에게 책임감을 강조한다. 또 영화는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진정한 창작자가 어떤 영화를 만들지 결정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드러낸다. 표현의 자유 필요성을 매우 개인적인 방식으로 탐구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낙원이라고 믿고 자란 땅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목숨을 건 위험한 여정과 이들을 돕는 김성은 목사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탈북 인권 다큐멘터리로,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숏리스트에 올랐다.


이 작품은 미국의 매들리 개빈 감독의 작품으로, 20년 전 북한에서 탈출해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의 저자 이현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탈북자로서의 복잡한 심리, 짊어진 죄책감 등 생생한 증언들이 담겼다. 이와 함께 목숨을 걸고 거짓 낙원인 북한에서 탈출하는 노 씨 일가족의 이야기와 아들을 북한에서 구출하려는 이소연의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녹였다.


영화에 출연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김성은 목사는 23년 간 1000명이 넘는 사람을 탈북시키고 구조한 인물이다. 노 씨 가족의 탈북 전 과정을 동행하며 탈북민의 실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유를 향한 위험한 여정을 생생하고 리얼하게 담아내며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중국에서의 촬영 장면의 경우 중국과 북한 국경에 있는 브로커와 농부 네트워크를 통해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탈북하려는 노씨 일가족의 긴박한 순간을 그대로 포착했다. 역추적이 아닌, 탈북의 과정을 담아낸 만큼 말 그대로 리얼리티가 그대로 살아있다.


또한, 북한 촬영 장면의 경우 1990년대 대기근 당시 북한에 카메라를 밀반입하기 시작한 일본의 지로라는 남자가 제공한 것으로 영상의 일부를 사용했으며, 김성은 목사를 통해 북한에 카메라를 밀반입하여 촬영된 영상을 구할 수 있었고, 이 영상은 목숨을 걸고 외부 세계에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 노력한 북한 주민들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은 목사는 "탈북민의 실상을 이렇게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이 영화를 보고 관심과 변화가 생겨 고통받고 있는 탈북민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매들린 개빈 감독은 오랜 시간에 걸쳐 북한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가며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할 때만 해도 북한에 대해 잘 몰랐다. 영화를 위해 조사를 시작하면서 북한 사람들의 소식을 듣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나는 여기에 분노하여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이 영화의 목표로 삼았다"라고 '비욘드 유토피아' 프로젝트의 목표를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욘드 유토피아'에 분노하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을 뿐더러, 2023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부터 2023 시드니영화제 최우수 국제 다큐멘터리 관객상 수상, 2023 제24회 우드스톡영화제 2관왕, 2023 햄튼국제영화제 2관왕까지 관객상과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자 뿐 아니라 실제 북한 안팎에서 얼마나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지 실상을 고발하는 영화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킨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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