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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벤츠GLC, 작은 크기에도 후한 럭셔리 인심


입력 2024.01.08 06:00 수정 2024.01.08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벤츠 3세대 풀체인지 GLC 300 4매틱 시승기

"S클래스 아니야?" 1열 집중된 넉넉한 고급감

쉬운 운전, 놀라운 가속력… 판매량 1등 이유 있네

초라한 송풍구와 배려없는 2열 공간… 패밀리카론 아쉬워

벤츠 3세대 풀체인지 GLC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고급감과 덩치가 비례하는 차 업계 불문율은 가끔 아쉬움을 남긴다. 큰 차는 필요하지 않은데 어떤 브랜드에서도 작은 덩치에 고급 사양을 잔뜩 넣어주는 차는 찾아보기 어렵다. 동승객 없이 운전석에만 앉을 건데도 전장이 5m 쯤 되는 차를 구매해야 비로소 화려한 내장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가 출시한 GLC 3세대 풀체인지 모델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수입차업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데 E클래스와 함께 가장 큰 공을 세운 모델이지만, SUV 라인업 중엔 가장 컴팩트한 크기. GLC에서 누릴 수 있는 벤츠의 기술력은 어느정도일까.


지난 2년간 벤츠 라인업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베스트 셀링 모델이자, 3세대 풀체인지를 거친 GLC를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GLC 300 4매틱으로, 가격은 8790만원이다.


GLC 외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귀여운 크기에 오밀조밀 둥글둥글한 인상. GLC를 처음 마주하면 따뜻한 밥 먹고 역경이라곤 없이 자란 부잣집 막내아들 같다. 무관심한 듯 날카롭던 인상이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인심 좋은 얼굴로 다듬어졌다. 덕분에 좀처럼 다가가기 어렵던 이미지가 조금은 친숙해진 듯 하다.


서글서글한 인상은 전기차 시리즈인 EQ 디자인을 계승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큰 몫을 했다. 기존 헤드램프와 그릴이 따로 떨어져있었지만 이번엔 헤드램프와 그릴이 하나로 연결되면서다. 이미 국내에 다양한 EQ 모델들이 출시된 만큼 가솔린 차가 이런 얼굴을 하고있어도 어색한 느낌은 덜하다.


그릴 모양과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전작과 완전히 달라진 헤드램프는 부잣집 아들 같은 느낌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기존 테두리를 감싼 그래픽이 돋보이던 사각형 헤드램프는 끝부분이 동그랗게 바뀌면서 눈매가 조금 더 올라갔고, 램프 그래픽 역시 상단의 직선과 바로 아래 점선으로 이뤄지면서 오묘한 인상을 준다. 둥글게 디자인된 덕에 날카로워진 눈매에도 공격적이지는 않다.


GLC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기차스러워진 얼굴은 차 문을 열어 젖히면 착각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내부로 들어서면 기존 벤츠 가솔린 모델의 특징처럼 여겨졌던 우드마감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세로줄 무늬로 정갈하게 디자인된 대시보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벤츠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 하이퍼스크린이나 MBUX 스크린이 탑재되지는 않았지만, 중앙 디스플레이가 큼직해지면서 제법 미래에서 온 느낌을 낸다.


과하지 않으면서 적절히 들어간 앰비언트라이트는 벤츠의 전 차량 라인업 중 가장 조화롭다. 직선보다는 차 내부의 곡선을 따라 길게 연결된 것이 특징인데, 대시보드 중앙과 아래, 차 문, 송풍구 안까지 세심하게 빛난다. EQ 시리즈의 내부가 과하게 화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GLC에서는 적절히 고급스러운 지점을 잘 찾아낸 듯 하다. 1~2인 가구가 탈 경우 내부 인테리어만큼은 S클래스 수준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다.


GLC 2열 송풍구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컴팩트한 크기의 차량인 만큼 2열에 대한 배려는 다소 부족하다. 통풍시트가 지원되지 않는데다, 2열에선 공조 조절도 할 수 없다. 2열 중앙에서 마주하는 초라한 2개의 송풍구가 전부인데, 매번 누군가 뒷자리에 태워야하는 3인 이상의 가정이라면 패밀리카로는 아쉬움이 커질 수 있겠다.


벤츠 GLC 내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작은 크기에 고급감까지 넉넉히 챙긴 내부를 보며 흐뭇한 마음을 품고 본격적으로 시승을 시작하기 전. 시승 당일 서울에 폭설이 내렸는데, 아무리 벤츠라 한들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미끄럽고 거친 노면에서는 묵직하고 큰 차가 좋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기우였단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가속페달을 밟자 GLC는 귀여운 몸집과 달리 안정적으로 움직여냈다. 2톤이 넘는 공차중량 덕에 흔들림없이 묵직하게 나아갔다. 비슷한 크기의 경쟁 차량들이 가볍게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GLC의 매력은 고급진 인테리어를 뛰어넘는 안정적인 주행감에 있는 듯 했다.


상시 사륜구동을 제공하는 덕에 눈 쌓인 도로나 도로상황이 좋지 않은 길에서도 무리없이 주파해냈다. 말랑말랑하게 생겼지만 속근육이 제법 탄탄하다.


저속 뿐 아니라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고속 구간에 진입해 100km 이상 속도를 올렸음에도 묵직함을 잃지 않았다. 가속력 역시 자칫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으면 언제 훅 빨라졌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속도를 올려낸다. 비록 윗급 차량에서 제공되는 리어액슬 스티어링(뒷바퀴 조향)이 탑재되지는 않았지만, 날렵한 움직임이 가능한 얄쌍한 차체 덕에 코너링이나 유턴시의 안정감도 매우 높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돼 연료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운전자의 만족도를 더욱 배가시킨다. 시승 후 차에서 내려 확인한 연비는 12.1km/L. 황홀할 정도로 높은 수치는 아니더라도, 디젤모델이 아닌 만큼 적당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벤츠가 추구하는 럭셔리는 C클래스를 타든, S클래스를 타든 차별하지 않겠다는 모종의 결심처럼 느껴졌다. 물론 비싼 가격만큼 S클래스에 더 많은 사양이 탑재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고급감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큰 차를 구매하는 일은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GLC가 전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모델인 데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벤츠의 오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전부가 아니다.


▲타깃

-내장 디자인 중요하다면… S클래스도 울고갈 내부

-고급감·편안함 다 잡고 싶은 여유있는 1~2인 가구


▲주의할 점

-한여름엔 뒷좌석에 아끼는 사람들을 태우지 말 것

-점점 전기차 디자인 닮아가네… 호불호 갈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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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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