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강원도 강릉시 한 병원 응급실서 환자 보호자가 소란 피워
의사가 CT 촬영 필요성 설명했지만…"이런 일로 찍느냐, 말투 건방지다"
의사 가슴 주먹으로 폭행하기도…난동 1시간 가까이 이어져 응급실 업무 마비
강원도의사회 "지방의료 및 응급체계 붕괴가 코앞에 닥쳐…현실적 정책 세워야"
강원도 강릉의 한 응급실을 찾은 보호자가 "내세울 것도 없는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느냐"며 소란을 피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도 의사회는 "지방의료 및 응급체계 붕괴 현실을 보여준 일"이라며 엄벌과 함께 정부를 향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강원도 의사협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0시18분쯤 강원 강릉시 한 병원 응급실에 여성환자와 함께 온 보호자가 '환자가 머리를 다쳐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내세울 것도 없는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느냐"며 소란을 피웠다.
당시 환자 상태를 본 응급의학 전문의는 '낙상사고로 머리가 심하게 부어 두개골 골절이나 두개골 내 출혈 가능성이 있다'며 CT촬영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술에 취한 보호자는 욕설과 함께 "이런 일로 CT를 찍느냐"며 "말투가 건방지다"고 시비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자는 의사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이같은 난동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바람에 응급실 업무가 마비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보호자를 폭행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CCTV 등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원도의사회는 9일 성명을 통해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료진 폭행 방지를 위한 법률제정과 상시 보호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의료진을 폭행으로부터 막아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기관의 규모가 작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더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며 "지방의료 및 응급체계 붕괴가 코앞에 닥친 현시점에서 10년 후의 정책설계보다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