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농협서 1306명 희망퇴직 접수
'돈 잔치 눈총' 나빠진 조건에 신청자 줄어
은행권이 희망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주요 은행 세 곳에서만 1300여명의 행원이 짐을 싸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다소 축소된 규모다.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정을 달성했지만, '이자장사' 비판이 거세자 이를 의식해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신한·NH농협은행에서 1306명의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초에 희망퇴직을 진행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신청자를 파악중이다. 이들 은행은 오는 31일 해당자들의 퇴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에서는 올해 초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결과 약 700명이 신청했으며, 오는 12일 최종 희망퇴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에서는 지난해 1월 713명의 직원이 떠났는데, 올해도 이에 버금가는 직원 수가 은행을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희망퇴직금은 지난해보다 최대 5개월 줄어든 월평균 임금의 18~31개월이다.
다만 ▲퇴직 1년 이후 재고용 기회 ▲건강검진 비용 지원 ▲학자금 재취업지원금 중 택1 등의 혜택으로 타 은행보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월등히 많았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12월 희망퇴직을 가장 먼저 시행한 농협은행은 특별 퇴직금으로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치 임금을, 일반직원에게 20개월 치 임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1년전에는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일반직원에게는 20~39개월치를 지급했다. 쪼그라든 조건에 전년 보다 121명 줄어든 372명의 직원이 퇴직한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2월 15일부터 2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았다. 두 번째 희망퇴직으로 시중은행이 통상 연 1회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고연령·고연차 직원의 인생 2막 정착을 지원하고, 신규 채용 여력을 확대하고자 위함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신한은행 특별 퇴직금 조건도 최대 36개월치에서 최대 31개월치로 하향 조정됐다. 234명이 나가는 걸로 확정됐다.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2022년 1월 388명, 8월에 231명의 직원이 나갔다.
하나은행도 특별퇴직금을 최대 36개월치 31개월치로 줄였고, 우리은행도 24~36개월치에서 24~31개월치로 축소했다.
특별퇴직금 조건이 나빠지면서 이들 은행의 1인당 평균 퇴직금 규모는 전년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들 은행의 희망퇴직자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5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희망퇴직금(특별퇴직금+복지지원)이 3억6000만원, 법정 기본퇴직금이 1억8000만원을 포함한 액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호실적이지만 여론 등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아직 희망퇴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곳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은 희망퇴직에 이어 성과급 규모도 잇달아 줄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규모를 통상임금의 230%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통상임금 280%에 현금 340만원을 지급했었다. 임단협을 진행중인 하나와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성과급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