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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셨지만 음주측정 안 했다" 주장 운전자…무죄 선고된 까닭은? [디케의 눈물 161]


입력 2024.01.11 05:15 수정 2024.01.11 05:15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 2022년 교통사고 내고 기소…"현장서 음주측정 한 적 없다" 주장해 1심서 무죄 인정

법조계 "공소장에 경찰서에서 음주측정 불응한 내용 누락…법원, 공소장 기재 내용만 판단 가능"

"정황상 음주운전 확실하고 본인도 인정, 죄 없다고 볼 수 없지만…현장서 측정 이뤄지지 않아"

"재판 과정서 추가 증거·증언 드러나…경찰서에서 측정 거부한 사실 확실하면 유죄로 뒤집힐 것"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연합뉴스

음주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 거부로 기소된 남성이 음주운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측정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공소장에 피고인이 사고 현장에서 음주측정에 불응한 혐의만 기재됐기에 경찰서에서 측정을 거부한 점에 관해서는 판단할 수 없는 만큼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1심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증언이 나왔고 경찰서에서 측정을 거부한 사실이 확실하다면 항소심에선 유죄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오흥록 판사)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2년 1월7일 오전 4시 6분께 부산 한 도로에서 도로시설물을 들이받은 뒤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경찰을 밀치고 욕하는 등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음주측정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거부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사고 현장에 출동한 사상경찰서 경찰관 두 명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진술을 들었다.


현장 경찰관은 "피고인이 경찰관들을 밀치거나 현장을 이탈하려 하는 등 도저히 음주 측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곧바로 현행범 체포를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들 증언 이후 A씨가 사고 현장이 아닌 교통조사계로 인계된 뒤 음주 측정을 요구받았으나 거부했다며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A씨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죄가 없는 게 아니다"면서도 "사고 현장에서 경찰관 중 누군가가 피고인에게 음주 감지 요구를 한 내용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공소장에서 피고인이 사고 현장에서 음주측정에 불응하였다고 기재되어있었고 공소장 변경도 불허되었으므로 교통조사계로 인계된 뒤 음주 측정을 거부한 점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며 "음주사실을 인정했더라도 공소사실이 “사고 현장에서 음주측정불응”이므로 해당 요건에 관한 판단만 할 수 있으므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고 전했다.


ⓒgettyimagesBank

이어 "수사단계에서 음주측정 요구한 장소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채 재판 중 증인신문을 통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사실상 공소제기 후 수사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공소장변경이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수사가 미비한 점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혜 변호사(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는 "사고 현장과 경찰서의 거리, 사고 시각과 실제 측정 거부한 시각의 차이 등을 따져서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 있다면 공소장 변경이 허가될 수 있는데 재판부에선 완전히 다른 사실관계라고 본 것이다"며 "공소장에는 사고 현장에서 음주 측정 거부한 혐의만 담겨 있는데 재판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고 해서 공소장을 변경하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으나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증거와 증언이 나왔고 경찰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실이 확실하다면 항소심에서 판결이 유죄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이 불허된다고 해도 검찰에서 별건으로 추가 기소한다면 죄가 충분히 인정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정황상 음주운전 사실이 확실하고 피고인 본인도 인정한 만큼 죄가 없다고 볼 순 없으나 애초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음주운전 혐의 대신 더 형량이 센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사는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으로만 판단을 해야하는 만큼 드러난 공소사실에 혐의점이 없다면 무죄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에 검사 측에서 추가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소장 변경신청을 했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차원에서 불허한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 변경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라는 법리를 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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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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