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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 남겨진 50만 마리 육견 해법 찾아야


입력 2024.01.12 06:00 수정 2024.01.12 06:00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식용 목적 개 도살 ‘최대 3년 징역’

개식용 금지법 통과에 육견협회 반발

농장 철거 후 남은 개 후속조치 문제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보신탕 가게 모습. ⓒ뉴시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증식·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개 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구체적 지원방안에 대해 이견이 크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고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금지법) 제정안 등 법안 101건을 통과시켰다.


개 식용 금지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뿐만 아니라 개를 원료로 조리 가공한 식품을 유통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앞으로 사육과 유통, 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각각 처하도록 했다.


특별법을 공포하면 개 사육 농장주, 개 식용 도축·유통상인, 식당 주인 등은 시설과 영업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신고한 업자 폐업·전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때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날부터 시행되도록 해 처벌 유예기간을 뒀다.


특히 김건희 여사가 법안처리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김건희법’이라고 불린 개식용 종식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 주요 입법과제였다. 법은 만들어졌으나 과제 또한 여전히 많다. 실제 개 농장을 폐쇄하고 남겨진 농장 개들을 수습하는 비용과 인력 등 난관도 놓여 있다.


정부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는 개식용 관련 업주 지원이다. 앞서 원안은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업할 경우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최종안에선 ‘필요한 지원’으로 표현을 변경했다.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소지가 많은 곳까지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문구는 삭제됐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식, 범위 등은 대통령령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남겨뒀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육견협회는 영업 손실보상 명목으로 개 한 마리당 2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농장에서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는 개는 모두 52만마리다. 동물단체들은 파악되지 않은 개 농장을 합치면 최대 1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보상액만 5년간 1조원대에 이른다. 함께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 등에 대한 보상까지 추가되면 보상액 규모는 수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거대한 예산을 예상되는 만큼 상당한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합리적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하되 보상 의무화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회장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해 (법이) 통과 됐다”며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다 할 것이다. 개 반납 운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안은 폐업과 전업 지원 계획 등은 개 사육농장, 육견협회, 동물보호단체,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개식용 종식 위원회’를 설치해 조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도적 논의는 2021년 12월 구체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20여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전업 지원 범위와 농장 개 처리 방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개들이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충남 아산 개식용 농장에서 개들을 구조했다. ⓒ뉴시스

개 농장 철거 뒤에도 문제다. 농장에 남아있는 수많은 개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이 없다. 특별법에 따르면 정부는 농장 개들을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최종적으로 남는 개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입양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며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민간 보호단체 등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연간 50만마리 개가 식용으로 죽는데 이번 개식용 금지 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환영”이라며 “동물보호 당국은 유예기간 3년 안에 보호시설과 치료, 돌봄 등 동물복지를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치밀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비용을 마련해 무질서의 산물인 개식용을 빠르게 종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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