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흑자 전환 실패 가시화…영업손실 최소 100억원대
올해 전기차 시장 전망 먹구름…배터리셀 가격은 하락세
SK온 "내실 다지기 집중…3대 폼팩터 확보할 것"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린 SK온이 지난해에도 적자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흑자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크게 위축된 전기자동차 시장 여파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SK온을 이끄는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흑자 달성 시기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SK온이 지난해에도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최대 100억원대에서 최소 1000억원대까지 점쳐진다.
이처럼 지난해 흑자전환을 자신했던 SK온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올해도 물량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는 시장 침체로 인한 타격이 생각보다 크게 미쳤던 탓으로 분석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업계 ‘맏형’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4분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세액공제(AMPC) 수혜를 톡톡히 봤음에도 전방 수요 둔화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좋지 못한 것을 다들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률을 기존 추정치보다 4%p 낮춘 20%로 제시했다.
수요 둔화로 인해 배터리 가격도 하락하는 실정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셀 가격은 전월보다 6∼10% 하락했다. SK온이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삼원계(NCM) 셀은 0.55위안으로 7% 떨어졌다.
좀처럼 뒷받침 되지 못하는 시장 상황에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최재원 수석부회장마저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을 섣불리 전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한 최 수석부회장은 SK온의 4분기 실적에 대해 “자동차 시장 자체가 썩 좋지 않아서 원하는 만큼 많이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턴어라운드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부 여건이 썩 좋지 않아 가봐야 알 것”이라며 “지금 뭐라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흑자 전환의 기회가 또다시 미뤄졌지만, SK온은 이 시기를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이용하겠단 방침이다. 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했던 SK온은 현재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원통형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3대 폼팩터를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겠단 것으로 분석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전기차가 많이 팔려야 배터리가 팔리니 올해는 볼륨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하고, 우리는 그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