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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은행 빚 43조 육박…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대


입력 2024.01.18 06:00 수정 2024.01.18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한 해 동안에만 5조 가까이 늘어

2009년 후 14년 만에 가장 많아

부동산 PF 위기 재현 조짐 '촉각'

서울의 한 건설 현장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국내 건설업체들의 은행 빚이 한 해 동안에만 5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4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건설사들이 은행을 노크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모습이다.


당시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에 휩싸였던 건설업계의 아픔이 최근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긴장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20개 은행들이 건설업체에게 내준 대출 잔액은 총 42조79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4조9431억원)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9월 말 이후 가장 큰 액수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IBK기업은행의 건설업체 대상 대출이 8조208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9%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하나은행이 6조1418억원으로, NH농협은행이 5조377억원으로 각각 50.2%와 8.5%씩 늘며 해당 금액이 큰 편이었다.


이밖에 ▲KB국민은행(3조9678억원) ▲우리은행(3조7119억원) ▲신한은행(3조4789억원) ▲KDB산업은행(2조4133억원) ▲BNK부산은행(2조1059억원) ▲DGB대구은행(2조24억원) ▲Sh수협은행(1조7402억원) 등이 건설업체 대상 대출 규모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체 대출 규모 상위 10개 은행.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건설업계의 은행 대출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건 그 만큼 관련 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체적인 수익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운영 자금을 충당하지 못하고, 은행 빚을 내는 곳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를 제때 갚지 못하는 건설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건설업종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5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0.6% 급증했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218.5%나 증가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아진 대출 이자율이 부동산 시장에 찬 물을 끼얹으면서 예전만큼 돈이 돌지 않자, 끝내 건설업체들이 연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같은 해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특히 염려스러운 건 부동산 PF 대출이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미분양이 줄을 잇자 부동산 PF 대출을 타고 위험이 전이되는 양상이다. 이 와중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PF로 인해 워크아웃에 직면하면서 리스크가 가시화하는 현실이다.


건설업체들의 은행권 대출이 지금처럼 쌓였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건설사들이 일으킨 약 8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는 큰 압박이었다. 침체된 주택시장 분위기에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부동산 PF를 둘러싼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결국 많은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해야 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단은 2010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권에 진 빚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 가운데 건설과 조선·해운업체 등 총 65개사가 워크아웃이나 퇴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부동산 PF는 대부분 외부 기관의 보증을 끼고 선순위 대출이 이뤄진 만큼 부실 위험이 당장 크지는 않다"면서도 "태영건설의 사례가 언제 어디서든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실 사업장 선별 등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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